ADVERTISEMENT

[편집자 레터] 책시장 기 살리기, 아이디어 없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또 미국 이야기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부러우니까요. 정말이지 미국 출판 시장은 판도 크고 통도 큽니다. 선인세 1000만달러를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 지구촌 전체가 시장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역시 미국 내의 두터운 독자층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마이 라이프』가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발매 첫날 미국에서만 무려 50만부나 나갔답니다. 엄청난 폭발력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번역판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가 3일만에 5만부 팔렸습니다.

사인회장의 풍경도 재미있습니다. 클린턴이 22일 낮 12시30분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는 서점에 전날 자정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군요. 고객에게 책을 받아 첫 페이지를 열어 클린턴 앞으로 밀어주는 사람 등 사인회 도우미만 4명이나 되었답니다.

손 빠른 작가가 보통 한 시간에 4백권 정도 소화하는데 클린턴은 한 시간에 무려 700권이나 사인을 했답니다. 그러면서도 가끔 악수도 하고 여성의 손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니 대단한 정력이지요.
클린턴이니까,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만 그들의 책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톨스토이가 1875년에 쓴 대작 『안나 카레니나』가 최근 오프라 윈프리 토크 쇼에 소개된 뒤 펭귄 출판사가 그 책을 얼마나 찍었는지 아십니까. 830여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을 무려 96만권이나 찍었답니다. 너무 부럽지 않습니까.

출판인 160여명이 다음달 1일부터 3일간 경남 진주에서 출판경영자 세미나를 연다고 합니다. ‘21세기 출판업계의 서바이벌 전략’‘준문맹 시대 출판이 사는 길’등의 강연 제목이 힘겹게 들립니다. 부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