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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사이버테러 실태(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전세계에 컴퓨터 통신망을 통한 범죄단체들의 '사이버 테러리즘' 비상이 걸렸다.

국제적으로 전산망이 긴밀히 연결돼 있는 금융기관은 물론 국가기간시설이 사이버테러의 주표적이 되고 있어 각국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국의 사이버테러 실태와 대책을 점검해 본다.

'미국에서 약 1만6천㎞ 떨어진 곳에서 해커가 컴퓨터와 모뎀을 조작, 미국 전역을 관장하는 전화교환센터에 침투한다.

이 센터는 전국 전화회선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전국 배전망.철도, 심지어 항공망도 통제한다.

해커는 국가기간시설들을 하나씩 마비시켜 나간다.

처음에는 지역전력망을 차례로 무너뜨린뒤 항공교통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다음 목표는 경찰비상연락망이다.

' 이는 미 대통령위원회가 작성한 사이버테러 보고서에 포함된 시나리오다.

등골이 오싹한 일은 기간시설들이 완전 파괴된 후에야 사이버테러 공격을 받은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점. 통신.철도.수도망의 민영화로 어느 한 곳에서 시스템 전체를 일괄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격받은 사실을 알고난 후에도 공격자, 공격장소를 알 수 없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실례를 보자. 94년 러시아의 한 해커가 인터넷을 통해 시티뱅크에 침투, 1천만달러를 훔쳐갔으며 미국 10대 해커들이 뉴저지 공군기지의 한 연구소에 침투한 일이 발생, 미국 사회를 경악케 했다.

올해초에는 버지니아 랭글리 공군기지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마비됐다.

호주와 에스토니아의 해커들이 3만통이 넘는 전자메일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정부통계에 따르면 해커들은 95% 민간 전화회선망에 의존하는 미군 컴퓨터 네트워크에 매년 25만번 이상 침투를 시도했으며 매달 컴퓨터 바이러스가 5백개 정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테러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비단 미국뿐이 아니다.

이스라엘.일본과 러시아등 유럽 여러나라에서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스라엘당국은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영국에 본부를 두고 인터넷을 통한 테러를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 하마스의 활동을 막아달라는 공한을 영국정부에 보낼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사이버테러리스트들이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해 거래중지를 야기시키겠다고 대형 금융기관들을 협박, 공포에 떨게 했다.

러시아의 경우 첨단기술 정보가 극비사항으로 분류돼 실태를 알기 어려우나 최근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 서기가 "소형 핵탄두 1백여기가 행방불명됐다" 고 말해 러시아 역시 사이버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시사했다.

일본의 경우 국가기관의 컴퓨터에 해커가 침입한 예는 아직 알려진 게 없지만 개인을 상대로 한 사이버테러의 실례가 있다.

지난해 1월 사립대학에 다니는 한 여대생의 실명과 주소를 PC통신 게시판에 올려 "이 여자를 성폭행하면 10만엔을 드립니다" 라고 장난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대생은 경찰에 신고하고도 신변에 위험을 느껴 이사까지 했으며 자택 전화번호도 바꿔버렸다.

그러나 일본경찰은 범인이 누구인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워싱턴.모스크바.도쿄 = 이재학.김석환.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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