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선 내각제 포기 개헌…98년 프랑스식 대통령제 도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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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탈리아가 전후 (戰後) 50년간 유지해온 내각제를 포기하고 프랑스식 대통령제를 채택한다.

이탈리아 상.하원 헌법개정특위는 4일 지난 7개월간에 걸친 토의를 통해 정당간 합의로 마련한 헌법 개정안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연방제 실시를 골자로 한 이 개정안이 의회의 표결로 확정되면 이탈리아는 1948년 이후 지속돼온 제1공화국에 종지부를 찍고 제2공화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탈리아의 제2공화국 헌법안은 소수당 난립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정경유착의 폐혜를 바로잡아 이탈리아의 정치체제를 21세기에 걸맞은 현대적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임기 5년 (중임 가능) 의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 행정부 수반인 총리 임명권과 의회 해산권을 갖도록 했다.

지명된 총리는 의회의 신임투표를 통과해야 직무를 시작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 바뀌면 자동 사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의회내 다수당 당수를 총리로 지명할 수밖에 없으나 대통령과 총리 피지명자의 소속정당이 서로 다를 경우 프랑스식 동거 (同居) 정부 탄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이탈리아 헌법에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출되는 임기 7년의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존재에 그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지난 50년간 공산당의 득세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유보돼온 연방제를 전면 도입, 20개 지방과 94개 주, 8천1백2개의 시.읍.면이 독자적인 의회와 행정부를 갖고 자치를 실현토록 했다.

특히 세금제도에 있어 각 자치단체는 최대한의 독자 운영을 보장받게 된다.

이번 헌법 개정의 중요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사법부 문제와 관련, 개정안은 기존 헌법에 보장된 검찰의 독립성을 유지하되 사법행정의 최고기관인 사법위원회를 검찰과 법원 관할로 이원화함으로써 양자간 상호 인사교류로 인한 폐해를 방지토록 하고 있다.

이 헌법 개정안은 상.하원 심의.표결을 거쳐 내년 상반기안에 처리될 예정인데 각 정당이 개정안에 대부분 만족을 표시하고 있어 원안대로 통과돼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클 전망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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