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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옛 국립극장 공연장으로 부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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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방 후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였던 명동 국립극장이 복원된다. 기획예산처는 25일 서울 명동의 옛 국립극장을 리모델링해 2006년 말 재개관하기로 하고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에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건물의 외형은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되, 내부는 750석 규모의 현대식 공연장으로 꾸며진다.

명동극장은 1934년 일본 다마타건축사무소의 이시바시(石橋)가 바로크 양식의 영화관으로 설계했다. 36년 개관 당시 명칭은 메이지자(明治座). 부민관.스카라극장.국도극장과 함께 30년대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을 위한 대표적인 위락시설이었다.

개관 당시 객석은 1178석으로 지상 4층이지만 정면에서는 5층으로 보이도록 옥탑부까지 부벽을 세운 것이 특이하다. 이 건물은 해방 후 서울시가 인수해 공관으로 사용하다 59년 국립극장에 이관됐다. 56년 장면 부통령이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 때 권총 피격을 받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와 49년 이해랑이 연출한 '햄릿' 등이 이 극장에서 국내 초연됐다. 명동 극장의 황금기는 명동 일대에 찻집과 음악감상실이 즐비했던 60년대였다. 그러나 73년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옮겨간 뒤 국립극장 산하 예술극장으로 운영되면서 명성이 기울기 시작해 급기야 75년 대한투자금융(현 대한종금)에 팔리는 운명을 맞았다. 그 후 건물 내부는 사무실로 개조됐다.

93년 연극인들과 명동 상인들이 명동극장 보존운동을 시작했고, 2001년 '옛 명동국립극장 되찾기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며 복원을 추진하게 됐다.

정부는 이미 400억원을 들여 부지 매입을 끝냈고, 연말까지 극장 복원을 위한 리모델링 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명동 국립극장이 다시 문을 열면 강북의 대표적 전문 공연장으로 연간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예산처는 전망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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