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선택사양 성급한 계약은 금물…입주땐 '구형품목'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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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金모 (42) 씨는 분양받은 아파트의 선택사양이나 새시등 특별품목을 계약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수업료 (?

) 를 톡톡히 치렀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50평형 아파트에 입주한 金씨는 3년전 분양당시 계약했던 일부 선택사양등이 디자인이나 기능이 뒤떨어지는 구모델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3년전 70만원에 설치하기로 했던 홈 오토메이션 기기가 요즘엔 50만원이면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를 주변 업자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아파트 분양사무실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개인업자에게 2백95만원에 계약한 베란다 새시도 요즘엔 더 좋은 재질에다 값도 싼 제품들이 나와있다는 사실을 관련업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분양당시 건설업체 권유를 아무 생각없이 선뜻 따른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아파트 선택사양이나 별도계약 품목에 대해 별 고민없이 선택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아파트 층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분양에서 입주시기까지 통상 2~3년정도 걸리는 만큼 새 아파트에 낡은 모델을 들여놓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발전속도가 빨라 제품수명주기가 짧은 전자제품들은 6개월이나 1년마다 신제품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또 전자기술을 접목시킨 주방.욕실제품이 등장하면서 주방가구.식기 건조기.수도꼭지등도 신기능.신모델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따라서 입주자 대부분이 기본형보다는 15%이내의 옵션을 선택하는 현실이지만 건설회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가지 옵션중 제품수명주기가 짧은 품목이 많이 포함된 옵션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파트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홈 오토메이션은 물론 대형 평수의 경우 가스오븐레인지까지 선택사양에 포함된다" 며 "분양후 입주때까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유행하는 디자인이 바뀌는 전자제품이 많다" 고 실토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더 좋은 제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지만 수천가구의 입주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힘들다" 며 "오히려 왜 당초 주문했던 그대로 설치하지 않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많다" 고 말했다.

이때문에 업체로서도 선택사양이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이미 신모델로 바뀌어버린 하도급업체의 생산라인을 다시 옛날로 돌려 구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도급 업체 부도로 입주자들과 계약한 동일제품을 구하기 위해 구매선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가구등 내구재와 벽지.바닥등 대다수 마감재의 경우 기능상 큰 차이가 없고 어차피 10년이상씩 사용할 것들이기 때문에 선택사양을 택할 경우 공동구매및 설치로 기본보다 오히려 비용이 절감되는 일이 많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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