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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한국을 빛낸 탐험가' '세계를 빛낸 탐험가'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미지와 신비의 세계를 향한 사람들의 열정이 농축된 탐험. 그리고 이 열정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탐험가들. 그래서 탐험과 탐험가를 소재로 한 전기.소설.영화 등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모험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어린이책에서 탐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도서출판 산하에서 잇따라 나온 '한국을 빛낸 탐험가' 와 '세계를 빛낸 탐험가' 는 이처럼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을 시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탐험서와 비슷하나 꿈과 희망의 상징만으로서의 탐험이 아닌 생활과 역사속에 나타난 탐험의 실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우선 국내편을 보면 옛날 탐험가들보다 현대 탐험가들이 집중적으로 실려 있다.

드넓은 만주땅을 호령한 광개토대왕,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정복한 이사부, 바닷길로 인도에 간 혜초스님, 당나라에서 용맹을 떨친 고선지장군이 등장하지만 에베레스트.북극점 등을 찾아나선 현대인들의 용기와 의지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히말라야 등정을 시도한 박철암, 히말라야의 설원 (雪原)에 두 동생을 묻어버린 김정섭,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알래스카 매킨리봉에서 목숨을 잃은 고상돈, 남극.북극은 물론 아시아.유럽등 7대륙 정상을 정복한 허영호, 2백8일동안 8천6백여㎞의 사하라사막을 도보 횡단한 최종열, 현해탄 푸른 바다를 뗏목 하나로 건너간 윤명철 등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정신을 발휘한 탐험가들을 조명한다.

특히 탐험의 참뜻을 자연의 정복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에서 찾고 있어 흥미롭다.

탐험은 전인미답 (前人未踏) 지역을 찾아가는 행동이기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예컨대 서울을 떠나 설악산의 훼손된 풍경을 '치료' 하는 의사 이기섭, 지리산 피아골 산장에서 조난객을 구조하는 털보 함태식,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국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남난희 등의 사연들이 매우 따뜻하다.

해외편은 서구 탐험가들의 또다른 '얼굴' 에 초점을 맞춘다.

탐험가들의 개척정신을 칭찬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주요 탐험과정에 나타난 역작용을 따지고 있다.

이른바 서구 탐험사를 뒤짚어서 바라보는 것.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은 값비싼 향신료와 보물을 차지하려는 탐욕이 숨겨져 있었고, 결과적으로 평화스럽게 살아온 인디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포르투갈의 항해왕 엔리케도 아프리카 노예사냥에 매달렸다고 꼬집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서양인들의 탐험은 다른 지역에 대한 침략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뉴질랜드 출신인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세계 첫 등정은 네팔 원주민인 셰르파족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들며 위대한 탐험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희생이 깃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글과 그림은 어린이 산문작가 김정희와 삽화가 강효숙씨가 각각 맡았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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