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불켜면 LCD TV, 끄면 화장대 거울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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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의 ‘톡톡talk talk 디자인’ 4

한국 아세안센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아세안 프리즘’전. 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서 만들어진 현대 디자인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각 국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풍부한 천연 자원과 전통적인 생산 방식,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킨 인테리어 제품 70여점을 내놨다. 자개, 대나무, 파인애플, 누에고치, 새집 등을 이용해 만든 제품들에선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태국 디자이너 앙고는 누에고치를 이용해 우리가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쉽게 버려지는 누에고치 껍데기를 재활용해 꽃 모양으로 장식한 조명기기는 친환경 디자인을 몸소 실천하는 듯 하다. 필리핀 디자이너 토니 곤잘레스가 제작한 ‘지니 하바나 체어’는 명상하는 의자다. 작가는 새장 모양의 의자 안에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디자이너 테스 파라솔의 종이 꽃병은 좌우대칭의 조형미가 집약된 작품으로 쉽게 젖는 종이를 활용해 물을 담는 용기를 만든 센스가 엿보인다.


인도네시아의 대나무 그릇은 오리엔트 이미지가 돋보인다. 다소 거친 대나무 재질을 유선형의 매끈한 층층 곡선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그릇들은 크기에 따라 화분이나 명함꽂이, 캔디 볼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공예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을 이용한 베트남의 옻칠 차 다기세트도 인상적이다. 특히 손님에게 따뜻한 차를 내놓기 위해 보온성을 강조한 주전자 상자는 장인 마음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역시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디자이너 김치호가 만든 인트라베도 시리즈 루체 달 마레이다. 바다로부터 나오는 빛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기업과 손잡고 만든 이 가구는 스위치를 켜면 LCD TV로, 반대로 스위치를 끄면 자개로 표면 처리된 화장대 거울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국제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숙련된 장인 열정이 느껴진다. 전시회는 5월 말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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