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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서 죽음무릅쓴 비밀엽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사랑의 엽서에 숨겨진 삶의 절규. '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수용소에서 밖으로 부친 한 우편엽서가 사실은 나치의 검열 위험을 뚫고 죽음을 무릅쓴 비밀통신이었음이 최근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예루살렘의 야드 바셈 대학살 박물관은 지난달 30일 나치 검열 도장이 찍힌 한 낡은 엽서에서 알 수 없는 흔적이 있음을 발견, 경찰에 의뢰해 적외선 조사를 한 결과 이 엽서 (사진)가 겉에 "로라, 너에게 사랑을" 이라고 쓰여진대로 죽음을 앞둔 한 유대인의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라 그 뒤에 투명잉크로 수용소의 비참한 삶, 대학살의 공포를 유대 지하조직에 폭로해 수용소내 투쟁지원을 요청하는 메시지였음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아우슈비츠이거나 프라쇼브 수용소에 갇혀 있던 것으로 보이는 플로라 베르그만이란 사람이 부쿠레슈티의 야곱 고센브룸에게 보낸 43년 8월20일자 이 비밀엽서는 5단락으로 나뉘어 이렇게 쓰여져 있다.

1단락은 "죽음의 수용소, 배고픔, 기아, 쓰레기 같은 음식, 짐승 같은 삶, 질병, 소각장, 처형, 고문" 등 한 단어씩으로 죽음 같은 삶을 묘사하고 있으며 2단락에서는 "네살과 그 이하의 어린이, 하늘을 향한 울부짖음" 이라며 절규하고 있다.

3, 4단락에서는 본격 연락용 편지로 변해 "신문이 도착한 얘기를 그로부터 들었다.

K가 임무를 수행중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5단락은 "긴급!

공군기지 계속 청취, 시간이 왔다" 는 말로 마치고 오토라는 서명이 돼 있다.

비밀엽서를 쓴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신문기사를 오려낸 종이에 암호문을 써 투명잉크로 유대인 지하조직을 도운 오토 하스 사회주의자 그룹의 지도자 등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편지는 5년전 사망한 대학살 생존자의 친척 테오도르 펠드만의 개인문서가 야드 바셈 대학살 박물관에 전달되면서 발견된 것이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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