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혼잡통행료 찬반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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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행 1년을 맞아 서울시의 혼잡통행료 시행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 자체가 행정편의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우회도로의 교통난 가중 등 부작용이 크다는 폐지론과 기대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위해서는 실시지역을 늘려야 한다는 확대론이 맞서 있다.

◇찬성(김황배 교통개발구원 책임연구원)=산업고도화에 따른 인적.물적 이동량 증가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한 자가용 보급 증가로 80년대 이후 교통수요 증가속도가 교통시설물 공급속도를 훨씬 초과해 교통혼잡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70년대 이후 도로시설 공급은 1.5배 증가한 반면 교통수요는 32배 증가해 교통시설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교통혼잡으로 발생되는 연간 손실비용은 지하철 약 50㎞를 건설할 수 있는 약 3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교통시설 공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교통수요 관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심을 비롯한 주요 혼잡지역에서의 도시경쟁력이 악화될 것은 뻔하다.

서울시의 교통혼잡 지역은 4대문내 도심권 뿐만 아니라 영등포권, 청량리권, 강남권, 미아.수유권, 화양권, 잠실.천호권, 동작권 등 서울시의 도심및 부도심 대부분 지역과 그 접근축상에서 혼잡섬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계속 확대되고 있어 이제 특정한 지역이나 교통축을 대상으로한 단편적인 교통억제책만으로는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잡통행료란 교통혼잡 지역에 적절한 통행료를 부과함으로써 불요불급한 통행을 억제하고 운행이 꼭 필요한 차량이나 버스.다인승 차량 등 수송효율이 높은 차량에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혼잡통행료 부과 결과 1, 3호터널축에 한정되지만 교통량이 15% 이상 감소하고 주행속도는 17%이상 개선되는 등 교통소통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한 교통축의 단구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부 통행자들만이 출발지부터 자가용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으로 교통수단을 전환하는데 그쳤으며 우회도로의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통행료 부과대상을 2인이하 탑승 승용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화물차 등의 터널 이용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제도 자체에 원인이 있다기보다 이미 지적한대로 부분적인 실시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불요불급한 차량 통행을 강제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이상 서울 전역으로 실시지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시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통혼잡이 극심한 도심및 부도심권 모두를 혼잡통행료 대상으로 해야한다.

그러나 서울시 대부분 지역이 혼잡지역화돼가고 있고 소규모 혼잡지역 단위를 대상으로 한 통행료부과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서울시 혼잡통행료확대 대상지점은 한강교량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모든 한강교량에서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강남북 혼잡지역군의 교통혼잡을 효율적으로 완화할 수 있으며 일상적인 단거리 통행보다 장거리 통행을 그 대상으로 할 수 있고, 대체경로가 없어 출발지부터 많은 자가용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이용수단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잡통행료 제도를 서울시 전역을 대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차량자동인식장치를 이용해 논스톱 통행료 징수가 가능한 기술 (일명 '스마트 카드' )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또 자가용 이용을 포기하거나 통행료 부담을 감수하는 시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통행료 징수로 얻은 재원을 대중교통서비스 개선과 교통시설 개선에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할 것인가 하는 청사진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반대(박동환 교통문제시민모임 연구소장)=서울시는 혼잡통행료 시행 1년을 맞아 통행량 감소를 들어 일단 만족하는 자체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 1, 3호 터널 통과차량중 통행료 면제차량은 60.7%고 통행세를 지불한 차량은 39.3%며 혼잡통행료 징수 이후 교통량은 약 17% 감소하고 차량의 주행속도는 20% 정도 빨라 졌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은 서울시의 분석과는 딴판이다.

차량숫자는 크게 준 것같지 않고 주변 지역의 교통혼잡만 가중됐다.

자가용 운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운행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출퇴근시 대중교통이 대체교통 수단으로의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나홀로 차량들이 터널 이용을 피해 주변 간선도로로 우회함으로써 간선도로는 물론 주변도로까지 극심한 교통정체가 가중돼 이로 인한 부작용과 체증으로 인한 간접비용 손실도 중요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2백23만여대의 차량이 등록돼 있으며 이중 1백68만여대가 자가용 승용차다.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궁극적으로 자가용 승용차 억제정책으로 인한 대중교통의 활성화에 있다.

그러나 96년 11월에 실시된 서울시 남산 1, 3호터널 혼잡통행료 징수제도는 실시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거센 저항 등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혼잡통행료 제도가 성공하고 있다면 과연 얼마나 자가용 승용차 운행이 줄어들고 대중교통 수단으로 흡수됐는지 서울시는 시민 앞에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자가용 승용차 운행을 30%만 줄어들게 한다 해도 그에 따른 대체교통 수단으로의 전환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서울시는 택시가 파업에 들어가면 개인택시 부제를 풀고 관광버스를 투입하는가 하면 학생 및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그야말로 대중교통의 미흡한 현실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물론 교통정책은 서울시가 결정한다.

그러나 시민정서와 여론을 수렴한 합리적인 정책으로 표출돼야 한다.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해 실패한 정책의 존속은 비현실적이고 어리석다.

이에 혼잡통행료 징수제도는 철회돼야 마땅하며 시행 1년을 맞아 시민공청회를 제안한다.

누구나 도로에서의 극심한 교통정체로 한번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교통량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에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대중교통 전반에 걸친 서비스 개선 및 구체적인 대안은 뒷전인채 혼잡하니 돈내고 지나가라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에 기인한 편법으로 시민들의 고통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러하고 혼잡통행료 징수가 도마위에 오른 생선이 되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또다시 혼잡통행료 징수지역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안될 말이고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통정책을 추진하는 시의 어려운 입장도 혜량하고 남음이 있다.

그러나 면밀한 검토와 대책이 선행돼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의 유입은 자연스런 전이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서울시는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되며 제도를 통한 강제보다 합리적이고 명분과 설득력을 갖춘 교통정책을 수립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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