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군 찾아다니는 정동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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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5일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 부의장과 만났다. 중진의원들과도 접촉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전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공천 담판이 결렬되면서 원군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김 전 의장과 서울 소공동의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한 정 전 장관은 전주 덕진 출마 결심 배경 등을 설명했다. 역시 전북 출신인 김 전 의장은 “나야 정치를 떠난 선배인데 당이 어려울 때니 당내 갈등이 너무 표출돼 국민이 염려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정 전 장관에게 ‘모든 것을 지도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며 “무소속 출마하라, 말라고는 하지 않았고 양측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적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 전 장관은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이후 문희상 부의장도 만났다. 문 부의장은 1시간30분간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두 사람이 결단할 문제”라며 “하지만 당과 정 전 장관이 ‘윈윈’ 하는 방법을 내는 데 중진들이 돕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정 전 장관 측은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중진 의원 접촉도 늘릴 예정이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원로들)에게 강한 지지를 얻지 못하자 아쉬움을 느낀 것으로 안다”며 “현역 의원 접촉을 늘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저녁 민주당은 아니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이르면 이번 주말 정세균 대표와 2차 회동을 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대위원장 제의 안 할 것”=전날 회동에서 정 전 장관은 정 대표에게 덕진에 출마하고 선대위원장도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고위원회에서 “출마 대신 선대위원장을 맡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걸 알고 역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 대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기정 비서실장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얘기일 뿐”이라며 “정 대표는 선대위원장이니, 10월 출마니, 부평 출마 같은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이 만난 마포의 한정식집 ‘백조’는 정풍운동의 모태가 된 ‘백조모임’에서 함께 활동할 때 자주 다녔던 곳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정 대표 측에 몽블랑 볼펜을 선물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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