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테러와의 전쟁’ … 알카에다 소탕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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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예멘 정부가 한국인을 겨냥한 두 차례 테러 사건이 벌어진 후 알카에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현지 신문인 예멘 옵서버는 24일(현지시간) “정부가 알카에다 예멘지부 조직원들을 모두 검거하기 위해 대규모 작전에 돌입했다”며 “최근 알카에다 고위 간부 몇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예멘 당국은 현재 한국인 대상 테러 사건이 발생한 하드라마우트주를 비롯해 마리브·샤브 등 알카에다의 주요 은신처로 추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무장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또 시밤 유적지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개입한 용의자 12명을 검거하기 위해 이들의 사진을 공개하고 현상금도 내걸었다.

◆“ 대대적인 소탕작전”=예멘 옵서버는 “정부가 이처럼 알카에다에 대해 강도 높은 소탕작전에 나선 것은 한국인을 겨냥한 연쇄 테러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던 수도 사나에서도 테러가 발생한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나에서는 시밤 테러 희생자 유가족과 한국 정부 긴급 대응팀을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이 벌어졌다. 희생자는 없었다.

신문은 “이번 연쇄 테러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예멘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강력한 대테러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미 대사관 등 고정 목표가 아닌 한국인 탑승 차량을 겨냥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한 것은 전방위 공격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예멘 보안당국은 최근 대대적인 소탕작전 결과 알카에다의 고위 간부인 아부 하우타이파를 체포했다. 그는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인 압둘라 압둘 라흐만 알하르비의 석방을 요구하며 주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던 인물이다.

◆“정부 내 인사도 테러 조직과 연계”=리샤드 알알리미 국방차관은 23일 의회에서 열린 테러 사건 관련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인 관광객 테러 사건을 주도한 일당이 예멘의 주요 인사 암살과 외국 대사관 공격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알카에다 조직원 22명이 정부 고위 관리 암살, 외국인 시설물 공격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 테러를 주도했다”며 “이 중 8명은 사전에 검거됐다”고 말했다. 또 “알카에다와 연계된 사람들이 보안당국 내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사나에서 발생한 한국인 겨냥 2차 테러는 테러범들이 사전에 이동 정보를 파악하지 않으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동안 예멘 보안당국 관계자와 알카에다의 연계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알알리미 차관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활동하던 알카에다 조직원 중 일부가 현지에서의 강력한 대테러전쟁으로 인해 예멘으로 들어왔다”며 “예멘 정부는 소도시 변두리 지역에 은신해 활동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하기 위해 지역 부족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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