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으로 물가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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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원화환율 급등으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치솟는데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에 돈을 풀다보니 기름.설탕.밀가루.기저귀등 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본생필품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정유업계는 1일부터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ℓ당 18~19원 올리는등 기름값을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SK (옛 유공) 는 이달 휘발유 가격을 10월보다 19원 오른 ℓ당 8백43원, 등유는 34원 오른 3백75원, 경유는 15원 오른 3백74원으로 결정했다.

LG칼텍스.쌍용.현대.한화등 다른 정유사도 이달부터 비슷한 폭으로 동시에 올린다.

정유업계는 "원화환율 급등으로 수입원가가 치솟고 있는데다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어 기름값 인상이 불가피하다" 며 "휘발유의 경우 ℓ당 8백60원은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설탕.밀가루등 식품업계도 원료수입이 생산원가의 70~80%를 차지하고 있어 조만간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팸퍼스기저귀.아이보리비누등 세계적 생필품 생산업체인 한국 P&G사는 환율급등으로 6~7%의 출고가 인상요인이 발생했다고 판단, 유통업체를 상대로 인상 시기와 방법을 타진중이다.

또 한국사료협회측은 연말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수입양주.구두.골프채.스키장비등도 가격인상에 들어갔다.

한 주류백화점은 2만2천원하던 롭로이 스탠더드급 양주를 2만4천4백원으로 인상했다.

엘칸토는 수입구두인 발단을 15만3천원에서 15만7천원으로 올렸고, 미국산 캘로웨이 골프채 수입업체인 워싱턴골프사는 12월에 대리점 출고가를 약15% 인상할 방침이다.

재정경제원은 10월에 이미 개인생필품 소비자물가가 5.1% 상승, 평균상승률 (4.2%) 을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특히 석유류는 환율 급등으로 9.7%나 올랐으며 10월말의 환율급등이 가격에 반영되는 11월에는 더 큰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수입품의 유통마진을 줄여 물가를 최대한 안정시키겠다" 며 "특히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각종 공공요금은 연내에 더이상 인상하지 않을 방침" 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김영대 (金榮大) 이사는 "환율급등은 수입원자재값 상승으로 물가에 큰 부담이 된다" 고 지적하고 "다만 통화증발은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박방주.홍병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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