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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프로야구 결산]4.웃지못할 '사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1백2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 최대 해프닝은 1908년에 벌어진 시카고 커브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자이언츠가 9회말 2사 1, 3루에서 앨 브리드웰의 적시타로 1 - 0으로 승리하자 열광적인 팬들은 펜스를 넘어 운동장으로 몰려들었고 1루주자였던 프레드 머클도 흥분해 2루로 뛰다 말고 덕아웃으로 방향을 틀었다.

심판들도 경기종료를 선언하고 철수했다.

그러나 커브스 2루수 자니 에버스는 안타친 볼을 동료로부터 넘겨받아 2루베이스를 밟고 항의했다.

결국 심판은 이를 인정한 뒤 득점을 무효로 처리, 결과는 무승부가 됐고 이를 빌미로 자이언츠는 커브스에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16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올해 이보다 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8월23일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과 쌍방울의 연속경기 1차전. 4 - 1로 리드하던 삼성의 9회초 수비. 2사 1, 2루에서 삼성 마무리 김태한은 쌍방울 장재중을 상대로 볼카운트 2 - 1에서 공을 뿌렸고 결과는 헛스윙. 주심도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포수 김영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공을 관중에게 내던졌다. 그러나 김태한이 던진 공은 원바운드가 되는 바람에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 쌍방울 벤치는 장재중에게 1루로 뛰라고 외쳤고 주심도 오심을 인정, 재경기 끝에 쌍방울이 6 - 4로 역전승하는 해프닝이 발생했었다.

6월29일 해태와 LG의 잠실경기. 3회말 타석에 들어선 LG 심재학은 해태 투수 강태원의 인터벌이 길자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한 뒤 타석에서 벗어났다.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상황을 모른 강태원은 공을 던지려하다가 중단했다.

그러나 주심은 야구룰을 착각, 보크가 아닌데도 보크를 선언했다.

코끼리 김응룡감독이 거구를 이끌고 득달같이 달려나와 주심에게 항의했고 해태 응원석에서도 주심을 겨냥한 참외가 날아들었으나 '아군' 인 김감독의 뒤통수에 정통으로 맞고 박살나고 말았다.

주심이 야구룰만 제대로 숙지했다면 애꿎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6월4일 해태와 쌍방울의 전주경기에서 해태 김정수의 글러브에 새겨진 흰색 마크에 대해 쌍방울 벤치가 “투수는 글러브색과 다른 색의 것을 글러브에 붙여서는 안된다” 는 야구규칙을 들어 항의하자 흰색 마크를 매직으로 지운 뒤 경기를 속행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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