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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금쪽같은 은빛 투혼 … 한국 야구, 끝나지 않은 ‘위대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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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한국 야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3-5로 석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은 이번 대회 일본에 2승3패를 포함해 통산 WBC에서 4승4패를 기록했다. 일본은 1, 2회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3으로 뒤진 9회 투아웃 벼랑 끝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범호의 적시타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후회 없는 승부였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경기장에 흩날리는 꽃가루를 바라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그러나 일본은 연장 10회 초 스즈키 이치로가 2타점 결승타를 때려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일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2회 연속 대회 MVP를 차지했다. 3회 대회는 2013년에 열린다. 대표팀은 25일 밤 11시15분 전세기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아, 이치로=이치로는 7일 1라운드에서 한국에 14-2 콜드게임승을 거둘 때 5타수 3안타로 펄펄 날았다. 반대로 이치로를 1안타, 무안타로 막은 두 경기는 한국이 일본에 승리했다. 이치로는 결승전에선 6타수 4안타로 일본 공격을 주도했다.

운명의 연장 10회 초. 3-3 동점, 2사 2, 3루에서 한국 우완 사이드암 임창용은 좌타자 이치로를 상대했다. 1루가 비어 있어 타격감이 좋은 타자와 굳이 승부할 필요가 없는 상황. 임창용은 앞서 9회 등판하자마자 이치로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았다.

한국 선발투수로 나와 4이닝 1실점한 봉중근이 24일 일본에 패한 직후 아쉬움의 눈물을 삼키고 있다. [OSEN 제공]


임창용은 시속 150㎞대의 빠른 직구 4개를 던져 볼카운트 2-1을 잡았다. 파울을 4개나 친 이치로는 8구째 138㎞ 한가운데 싱커를 밀어쳐 중전 안타를 때렸다.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5-3으로 달아났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뒤 “포수에게 볼로 유인하다가 안 되면 볼넷으로 거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사인을 못 봤다. 승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볼을 던진다는 것이 실투였다”고 말했다.

◆끈기와 집중력=비록 졌지만 한국 선수들의 투지는 놀라웠다. 2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의 낮은 공에 세 차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추신수는 0-1로 뒤진 5회 이와쿠마의 떨어지는 슬라이더(130㎞)를 걷어 올려 한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선발 봉중근에 이어 5회 무사 1, 3루 위기에서 이어 구원 등판한 정현욱은 150㎞의 빠른 직구로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고 1루 주자의 도루 실패로 이닝을 끝냈다. 8회 대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얻어 2-3 한 점 차로 추격한 한국은 9회 말 2사 1, 2루에서 이범호의 좌전 적시타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좌타 라인의 침묵=김 감독은 이날 상대 선발 이와쿠마를 공략하기 위해 좌타자 이진영을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이용규·이진영·김현수 등 1~3번이 모두 좌타자였다. 또 수비 강화를 위해 정근우 대신 고영민을 선발 2루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이용규와 이진영은 무안타로 침묵했고 1~3번 좌타 라인은 이와쿠마의 호투에 눌려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고영민은 3회 무사 1루에서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정면 타구를 글러브에서 튕기며 뒤로 빠뜨려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선발 봉중근은 오가사와라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비자책)했다.

로스앤젤레스=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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