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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일터] 폐품 악기로 공연하며 신나게 놀고 돈도 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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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악기로 공연하는 노리단 단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처음엔 ‘잘 놀아보자’고 시작한 게 일자리가 되고 수입을 올렸어요. 우리 회사는 ‘경쟁’보다는 ‘나눔’에 의미를 더 부여합니다.

따라서 직원 봉급은 좀 적더라도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안 대표의 설명이 끝나자 20대 여성이 질문했다. “참 매력적이네요. 그렇다면 노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안 대표는 “단원 개개인이 어려서부터 배워온 재능을 끄집어내 ‘재활용’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1시간에 걸친 강의가 끝났다. 수강생 20여 명이 몰려들어 안 대표의 명함을 얻어 갔다.

폐자원으로 악기를 만들어 환경보호→사회적 기업 창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시민들에게 문화혜택 제공.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노리단의 사업 모델이다. 서울 영등포동 7가 하자센터에 사무실을 둔 노리단은 현재 방영 중인 모 대기업의 TV 광고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단원 10여 명이 자동차 바퀴와 타이어 휠·쇠파이프 등으로 만든 대형 타악기인 스프로킷(Sprocket)을 연주하며 신나게 춤추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리단의 출발은 200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현 하자센터)에서 발주한 ‘창의적 문화예술 작업을 통한 창업 프로젝트’의 동아리 회원으로 만난 안 대표와 대안학교 출신 청소년 등 10~30대 11명이 의기투합했다.

“놀면서 일하고 돈도 벌자”는 다소 엉뚱한 구호를 정한 이들은 ‘재활용 상상놀이단’을 만들었다. 폐자원을 악기로 만들어 공연을 하고 돈을 벌자는 목표였다. 호주의 생태 퍼포먼스그룹인 ‘허법(Hubbub)’을 벤치마킹했다. 공연을 통해 얻은 기법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교육 분야에도 진출했다.

색다른 활동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공연 의뢰가 잇따랐다. 2006년에는 단체 이름을 ‘노리단’으로 바꿨다. 조직과 경영 개념을 도입하면서 주식회사 등록도 했다. 이듬해 11월엔 국내 문화예술 분야에서 처음으로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엔 5개 팀이 거리 공연 200여 회, 초청 공연 300여 회를 기록했다. 이들의 명성은 해외에도 알려져 2007년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올 초에는 홍콩 춘절 축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큰 인기를 끌었다. 4월에는 일본 도쿄에도 진출한다. 이에 따라 결성 첫해(7개월) 6000만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엔 1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8억원이 목표. 직원 수도 87명으로 늘었다.

소외계층 공연 봉사도 한다. 투명 경영을 위해 모든 임직원의 급여와 회사 경영지표는 매달 내부적으로 공개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85학번인 안 대표는 “우리 회사는 학력에 상관없이 협동심을 발휘해 일할 열정이 있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강민아 중앙일보 대학생 NGO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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