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가른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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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40대 과장 김모씨는 지난해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금리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되는 구조라 지난해 말엔 한 달 이자로 63만원을 내기도 했었다. 김 과장은 금리가 더 높아질까 걱정했지만 최근 통장에서 빠져나간 대출이자는 30만원대로 줄었다. 은행에 문의하니 대출금리가 연 3.71%로 조정됐다는 대답을 들었다.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연 2.43%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대출을 받는 경우는 다르다. 대부분의 은행이 현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 중후반으로 정하고 있다. 기존 대출자와는 2%포인트 정도 금리 차이가 있다. 이는 은행들이 CD금리에 더하는 가산금리를 1%대에서 3%포인트대로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을 유치하고 후순위채를 발행하느라 조달 금리가 높아졌다. 과거 기준으로 대출을 하면 적자가 나기 때문에 신규 대출자에 대해서는 가산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CD금리에 연동되는 대출의 가산금리를 높이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변동형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가산금리까지 높게 책정하면 시장금리가 다시 높아질 때 이들의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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