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한인방송 탠, 자금난으로 방송연장 어려워 정부에 지원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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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미국 LA에서 한인대상 위성방송국 탠 (TAN) 을 운영하는 정재훈 (33) 사장은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현재 하루 3시간밖에 방송하지 못하는 것을 올 연말부터 12시간을 방송할 수 있도록 위성사업자에게 시간은 얻어놓았지만 프로그램을 채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 물론 LA지역에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해 주는 KBS의 자회사로부터 프로그램을 사들이면 된다.

그러나 직원 15명의 조그만 회사로서는 상당한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이는 방송시간을 늘릴 계획을 세울 때부터 각오했던 것. 그러면서도 정사장은 “한국정부나 방송사들로부터 프로그램 무상 공급 등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고 말한다.

이런 정사장의 바람이 단지 기업가로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기위함만은 아니라는 것이 LA현지 한인 방송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1만명도 안될 한국내 외국인 시청자들을 위해서는 1천2백여억원을 들여 케이블TV 아리랑 채널을 만들어 놓고 1백70만 교포들이 보는 미국내 한인방송을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자신들만의 힘으로 운영되는 미국 한인 방송사들은 몹시 영세하다.

대부분 직원이 10명 내외로 케이블 채널의 방송시간을 사들여 하루 3시간정도 뉴스와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이 고작. 80만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 LA지역에도 KTAN 등 3개 교포 대상 케이블TV가 있지만 모두 하루 3시간만 방송한다.

그나마 케이블TV가 있는 지역은 LA나 뉴욕등 일부. 텍사스주에는 한국인 약 7만명이 살고 있지만 한인 케이블 방송사는 없다.

위성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탠만이 한국인을 위한 유일한 채널일 뿐이다.

방송시간이 짧다보니 교양.오락물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내보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에도 맞출 수 없다.

정사장은 “매일 3시간 방송으로는 좋은 한국 영화 한편도 틀 수 없다” 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인방송이 교포 2세들로부터는 “볼 것이 없다” 는 평을 들으며 외면당한다.

결국 교포 2세들은 점점 '한국' 으로부터 멀어져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영세성으로 인해 방송시간이 제한되고, 따라서 교포 2세들은 이를 외면하며 이로 인해 방송사는 다시 시청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 지금의 실태. 이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방송시간을 대폭 늘리는 투자가 절대 필요하며, 여기에 프로그램 공급 등 최소한의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 한인 방송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정사장은 “한인방송이 교포들에게 문화적 쉼터를 제공한다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만큼 일부라도 한국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LA=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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