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김씨 두번 죽이는 '피살 동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 전국 곳곳에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영정 앞에 국화를 놓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

김선일씨 피살 장면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미국의 한 잔혹 엽기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동영상이 공개된 24일 오전 정보통신부와 관련업체들이 해당 동영상이 뜬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차단 전에 내려받은 일부 네티즌과 해외교포들에 의해 P2P 및 메신저 등을 통해 퍼졌다. 이에 '김씨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유포를 자제하자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우리 시간으로 24일 오전 무렵 미국의 잔혹.엽기 전문 사이트 'O-----.com'이 이슬람의 한 사이트로부터 입수했다며 문제의 화면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사이트는 김씨 살해 장면 비디오를 구한다는 광고를 게재했다가 격분한 한국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아 한때 다운되기도 한 곳이다. 이 사이트가 올린 3.55MB(메가바이트) 분량의 약 4분짜리 동영상에는 복면을 한 무장 괴한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뒤이어 다른 한 명이 단검을 꺼내 김씨로 추정되는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사이트는 동영상과 함께 한국 네티즌들을 거론하며 "우리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격은 불법이다. IP 주소를 추적해 처벌받도록 하겠다"며 "우리는 전 세계에 난무하는 폭력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는 자국민인 미국인 닉 버그, 폴 존슨의 참수 장면과 함께 체첸 반군의 러시아 군인 참수장면 등 잔혹한 장면만 전문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잘못된 정부 대응=당초 정부는 전날 'O-----.com'이 '참수 비디오를 구한다'는 글로 파문을 일으키자 이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막상 'O-----.com'만 차단했을 뿐 '.org''.net' 등 미러 사이트(원본 사이트를 그대로 복사한 사이트)들은 차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전 7~8시쯤 이들 사이트에 접속한 일부 네티즌들과 해외에서 접속한 교포에 의해 퍼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뒤늦게 KT.하나로통신.두루넷 등 인터넷서비스 사업자(ISP)들에게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긴급 명령하는 등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차단 전에 내려받은 동영상 및 해외로부터 받은 동영상 등이 개인들 사이에서 P2P나 메신저로 퍼졌다.

ISP 관계자는 "정부 요청대로 사이트 차단은 하고 있지만 이미 P2P 등을 통해 퍼진 것은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시민들의 성숙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노한 네티즌=동영상 유포 소식을 접한 국.내외 네티즌들은 "고인의 죽음을 장난거리로 삼고 있다"며 분노했다.

ID 'punkbono'은 "TV에 나온 화면만으로도 유가족들의 가슴은 찢어졌다. 동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윤창희.박성우 기자, 뉴욕지사=안준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