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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살 충격] 유족 "진상 밝혀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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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오전 7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부산행 첫 비행기를 탔다. 고(故) 김선일씨의 빈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오전에 계획된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

부산의료원에 도착한 박 대표는 김씨의 유족들에게 "정말 비통한 심경이다, 어떤 말씀으로도 위로를 드릴 수가 없다"며 조의를 표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종규(69)씨는 박 대표에게 "진상을 꼭 밝혀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대표를 보자마자 오열한 김씨의 어머니 신영자(59)씨는 "그렇게 살려 달라고 했는데 내 아들을 안 살려줬다"며 "살아 올 걸로 생각해 울지도 않고 기다렸는데 배고픈 것도 못 참는 애를 며칠을 굶겼을 것 아니냐"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박 대표와 김씨의 어머니는 한동안 부여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23일 당 지도부 10여명과 함께 부산의료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신 의장은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국상(國喪)일"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모교인 한국외대에 마련된 빈소에 이 학교 교수 출신인 이은영 의원 등 당 법사분과위원들이 찾아 조문했다.

부산의료원엔 홀로 빈소를 찾은 여성, 배낭여행 차림인 사람, 외국인 등 조문객이 다양했다. 장례물품 등 온정도 잇따랐다. 김씨와 동명이인인 40대(43.부산시 남구 문현동)는 "김씨 납치 소식이 전해진 뒤 나를 걱정하는 주변의 전화가 많았다"며 "선량한 사람이 다른 나라의 전쟁 때문에 목숨을 잃어 가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시는 이날 장례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유족 측은 시신이 도착하는 대로 사흘 장을 치를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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