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특구 재정사 도널드 창,국제환투기 공습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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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특구의 경제살림을 움켜쥔 재정사 (財政司) 도널드 창 (曾蔭權) 은 지난주 홍콩의 주권이양후 가장 바쁜 날들을 보냈다.

동남아를 휩쓴뒤 이제 홍콩에까지 상륙한 국제 환투기 세력과 힘겹고도 치열한 싸움을 펼친 것이다.

투기자본의 대규모 상륙은 지난 8월말 이후 이번이 두번째. 이들은 미국달러에 7.8대1로 고정된 홍콩달러가 과대평가됐다며 홍콩달러의 매각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에 맞춰 미국 대형 증권사인 모건 스탠리의 수석경제연구원인 바톤 빅스는 동사의 홍콩주식투자를 제로상태까지 최대로 낮추는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홍콩증시는 20일부터 4일간 '붕괴' 로 까지 일컬어진 대폭락을 거듭했다.

성미 급한 창이 발끈한 것은 불문가지. 넥타이를 매는 시간이 아까워 나비 넥타이로 대신한 그는 22일의 기자회견서 "빅스 같은 2류 분석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한술 더 떠서 홍콩이 자유시장이므로 투기 세력이 언제든 올 수는 있지만 일단 오게 되면 크게 혼날 것이란 엄포까지 놓았다.

그는 23일엔 이들 환투기꾼들의 공습을 물리쳤다는 선언도했다.

22일밤 뉴욕에서 투기꾼들이 대대적으로 홍콩달러를 팔아치우는 '작전' 이 벌어졌지만 8백81억달러의 방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 홍콩달러를 집중 매입하고 은행 금리를 인상해 더 이상의 홍콩달러 매각을 막았다는 것이다.

올해 53세인 창은 지난 95년9월 홍콩인으로선 최초로 재정사에 오른 공무원 경력 30년의 베테랑이다.

그는 이번 싸움을 위해 '신공 (神功)' 까지 동원했다는 소문이다.

매주 80시간의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매일 출근전 아침 센트럴의 성당에 나가 15분씩 기도를 올린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투기세력의 홍콩 재침 (再侵) 은 또 언제 닥칠지 모른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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