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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트한자 퍼스트클래스 고객에 한식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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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계적인 항공사의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에게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음식의 세계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상징하죠.”

‘스타셰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밀레니엄 서울힐튼 박효남(사진) 총주방장의 소감이다. ‘스타셰프’는 독일의 민영항공사 루프트한자가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프리미엄 기내식 프로그램이다. ‘셰프의 신’이라는 별명의 폴 보커스, 3대째 미슐랭 스리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메종 픽’의 소피 픽 등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참여할 만큼 ‘스타셰프’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50여 명의 셰프가 ‘스타셰프’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인으로서는 박효남 총주방장이 최초다. “유명 셰프들이 항공사와 손잡고 프로모션 요리를 선보인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었어요. 부러웠죠. 땅에서도 모자라 이제 하늘까지 올라가 사람들의 입맛을 쥐락펴락 하는구나 하고요.”

그는 이달 1일부터 한국발 루프트한자항공에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기간은 1년. 선보일 요리는 140여 가지에 이른다. 처음 제안을 받고 메뉴를 확정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프랑스 요리가 주전공이지만 선보이는 요리는 비빔밥·잡채밥·갈비탕 등이 포함된 전통한식이나 한식과 프랑스식을 접목한 창작 메뉴다.

“퓨전음식이 아니에요. 제 음식엔 태생적으로 한국적 레시피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같은 레시피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된장·고추장 먹고 자란 손으로 만드는 음식이니 그럴 수밖에요.”

만두를 프랑스식으로 변형시킨 밀쌈요리를 보면 감이 잡힌다. 한식 재료인 만두피에 아보카도, 오렌지 소스 등 서양 식재료로 속을 채웠다. 외국인 승객들에게 한식이 ‘모험심’으로 먹어보는 맵고 짠 음식이 아닌, 친숙한 음식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외국인 셰프들이 한국에 오면 한식당에 데려가요. 갈비나 불고기, 나물 반찬, 잡채 등을 맛있게 먹던 것이 생각나 루프트한자항공 독일 본사에서 메뉴 프레젠테이션할 때 한식 메뉴를 몇 점 끼워 넣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기내식에도 한식을 꼭 넣어달라고 부탁받을 정도였으니까요.”

‘스타셰프’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던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에선 제가 직접 요리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체크할 수 있지만, 기내식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140개나 되는 메뉴가 제 이름을 걸고 손님상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오더라고요.”

박효남 총주방장이 개발한 레시피는 루프트한자항공의 기내식 기준에 맞춰 세 차례의 수정을 거쳤다. “안 하면 안 했지 맛에 대한 양보는 한 치도 용납할 수 없었죠. 대신 카트에 담겨 이동하는 기내식의 특성상 높은 장식은 배제한다든가, 익히지 않은 날 음식과 소화가 안 되는 음식재료는 피해 달라는 식의 요구는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그가 이끄는 밀레니엄힐튼의 프랑스 식당 ‘시즌즈’는 박효남 총주방장의 루프트한자항공 스타셰프에 뽑힌 것을 기념해 4월 30일까지 ‘스타세프 특선’을 선보인다. “한국의 맛이 기내식을 통해 유럽까지 논스톱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비록 365일간 몸은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서 후배 요리사들에게도 하늘 길을 열어 주고 싶습니다.”

글=김현명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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