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방관했으면 의원 상당수 이인제신당 갔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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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는 이회창총재쪽의 2중플레이 논쟁에 섭섭해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李총재를 지원할 만큼 해주었는데 '엉뚱한 소리' 를 한다는 것이다.

조홍래 정무수석은 金대통령이 할 만큼 했다는 사례로 총재직 조기이양에서부터 박찬종 (朴燦鍾) 고문의 선대위원장 취임까지를 든다.

그리고 李총재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대량 탈당사태가 나오지 않는 것은 金대통령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金대통령은 이인제 전경기지사를 당에 붙잡아두지 못했지만 민주계의 서석재 (徐錫宰).서청원 (徐淸源).김운환 (金운桓) 의원이 탈당하려는 것을 막아줬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金대통령의 자존심을 건 엄명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 金대통령이 손놓고 있었다면 李전지사의 신당에 상당수 현역의원들이 이미 합세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李총재쪽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책임회피와 오해 탓으로 파악한다.

한 관계자는 " '金대통령의 2중플레이' 라는 말은 지지율이 떨어진데 대한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려는 속셈" 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金대통령이 후원한 당내 환경을 李총재가 '자기 것' 으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죽을 쑨 것은 李총재의 정치력 부족이라고 청와대측은 지적해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李총재쪽의 주장이 순수하다면 金대통령의 태도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金대통령은 李총재가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는데 당연히 걱정이 많았을 것" 이라면서 "그런 걱정하는 심정을 곡해할 수 있다" 고 추측했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도 金대통령의 태도가 모호하다는 불만이 있다.

金대통령이 누구를 미는지 몰라 '혼란스럽다' 는 투덜거림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회창진영에 가까울수록 그런 의심과 불만이 강하다.

또 다른 실무관계자는 "사실 金대통령이 이회창후보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생각한게 한달쯤 됐다" 면서 "이에 따른 대안모색 과정에서 金대통령의 언행이 2중플레이로 비춰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여권의 다른 소식통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金대통령은 정말로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기만을 학수고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李총재의 15% 안팎 지지율이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앉은 채로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金대통령은 가급적 李후보가 명예스럽게 후보직을 내놓고 당총재인 李후보 스스로가 중지를 모아 새후보를 선택해주는 방안을 생각했던 것같다는 것이다.

특히 李후보가 후보직은 내놓더라도 총재직을 유지하면서 선거에서 뛰어주기를 기대했다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李후보의 지지율이 1~2%차이로 오르락내리락하면 시간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걱정했던 것같다고 그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자기가 알기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金대통령이 이인제 전지사를 신한국당의 새 후보로 생각하거나 다른 대안으로 생각한 적은 없으며 그러기에는 명분도 약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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