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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오토 포커스] GE - 도요타의 차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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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의 GE와 일본의 도요타. 이들 기업은 두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졌다. GE가 어떤 회사인가.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이래 96년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돼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업이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 1730억 달러(약 242조원)에 225억 달러(약 31조원)의 이익을 내 도요타 다음으로 큰 제조업체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은 GE를 벤치마킹해 왔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 쓴 자서전은 국내 기업인들에겐 바이블(성경)과 같다.

그런 GE가 금융 자회사인 GE캐피털의 부실로 발목이 잡혔다. 최근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GE와 GE캐피털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1956년 이후 53년 만이다.

GE의 본업인 항공기·엔진·조명·가전·의료기기 등 제조업은 전혀 탈이 없다. GE는 올해도 제조업에서 100억 달러가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금융 자회사의 손실로 신용등급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도요타도 GE처럼 신용등급이 최고에서 한 단계 떨어졌다. 하지만 사정은 다르다.

도요타는 자동차라는 본업에서 문제가 생겼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자동차가 안 팔리면서 재고가 쌓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렇게 되자 도요타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미국 공장 감산에 나섰다. 비정규직 6000명을 계약 만료가 되는 대로 해지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대처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0만 대 줄여 65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동차 사업이 잘되면 신용등급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도요타는 1938년 창업 이래 ‘본업 충실주의’라는 경영 원칙을 지켜왔다. 자동차 관련 사업이 아니면 한눈을 팔지 말라는 의미다. 그래서 8조 엔(약 120조원)의 현금자산을 쌓아 놓고 설비투자 이외에는 한 푼도 안 쓴다고 한다. 남는 돈을 펀드에 넣거나 부동산에 투자해 영업 외 이익이 커지면 경영자가 본업을 게을리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그러나 GE의 신용등급 하락은 도요타와 달리 본업(제조업)이 아닌 금융업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GE캐피털은 GE 전체 이익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파생상품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본업까지 큰 손해를 끼쳤다.

두 기업의 주주 가치에 대한 상반된 견해도 눈길을 끈다.

GE는 주주 가치 극대화를 강조했다. 잭 웰치는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며 분기별로 주가를 평가해야 한다고 해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도 ‘그런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말한다.

도요타는 90년대 말 미국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시대에 맞지 않게 주주 배당을 하지 않고 종신고용을 고집한다는 이유에서다. 도요타에 투자했던 외국계 펀드도 인색한 배당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당시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사장은 “단기 차익과 배당만 노리고 치고 빠지는 주주(헤지펀드)가 무슨 기업 가치를 창조하느냐”며 “배당을 늘리는 대신 연구개발 투자를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GE와 도요타는 여전히 본업만큼은 세계 최강이다. 이들의 신용등급 회복 여부와 그 시점이 궁금해진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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