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 부도위기 배경…무모한 '덩치 키우기'가 화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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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일 위기를 넘긴 뉴코아그룹이 이런 어려움에 처한 배경은 '지나친 덩치키우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코아는 93년부터 토지공사가 분당.일산등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쏟아낸 상업용지를 거의 독점하면서 점포확장에 나섰다.

특히 평촌 신도시의 경우 뉴코아백화점.킴스클럽등 영업중인 2곳과 지난 7월 LG백화점으로 넘긴 3필지 7천여평을 포함해 대규모 점포용지 6건 모두를 차지해 다른 업체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또 유통업계 최대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분당에 7건, 일산에 5건등의 상업용지를 불하받아 이중 분당에 7개, 일산에 3개 점포를 내는등 물량공세를 펴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예전 같았으면 뉴코아가 유통업계를 석권했을 것' 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꺼진데다 불황이 장기화하고, 이 과정에서 끌어들인 엄청난 차입금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 자금난이 가중된 것. 전체 채무는 연간매출액을 훨씬 넘는 2조9천여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다 다점포 전략은 스스로의 살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해 최소한 하루 3억~4억원이 올라야 유지가 가능한 백화점중 1억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점포가 속출하는등 영업부진도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보사태등이 겹치면서 금융권의 자금줄 죄기가 시작되자 지난 4월부터 ▶한달뒤 현금지급 방식이던 납품대금을 3개월짜리 어음으로 돌리고 (3천여억원) ▶오피스텔 분양등을 명분으로 직원들에게 회사가 돈을 꾸는 변칙적인 자금조달방법 (4백여억원) ▶계약금 10% (1백여억원) 을 떼이면서 15건의 부동산을 토지공사에 반납 (1천2백억원) 하는등의 방법까지 동원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것. 관심은 뉴코아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것. 은행권에서는 최근 어려움에 처한 다른 기업에 비해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뉴코아가 가지고 있는 본사 건물을 비롯한 부동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아 땅이 팔릴 경우 고비는 넘길 수 있다는 것. 은행들이 뉴코아를 일단 돕기로 한 배경도 이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찮다.

현재 뉴코아의 납품.협력업체는 4천개 (이중 대부분이 전기.전자.의류.생활용품.가공식품) 를 훨씬 웃돌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지난 봄 뉴코아가 자금난에 몰리면서 매장에서 철수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뉴코아는 납품.협력업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방주·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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