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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single life] 사랑은 ‘환승 할인’ 안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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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구성작가로 활동한 전현미씨는 최근 발간한 『나쁜 싱글』(중앙 m&b)을 통해 ‘여행과 결혼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여행과 결혼의 다른 점

■ 환승 할인 유레일패스는 유럽 17개국에서 국영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이다. 일본에는 외국인들에게 요금을 할인해주는 JR패스가 있다. 사랑에도 환승 할인이 있으면 좋으련만. 사랑하고 결혼한 기간이나 횟수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승ㆍ하차하면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그런 패스 말이다.

■ 가방에 절대로 넣지 말아야 할 준비물 설렘은 풍선 같은 것. 여행 전의 풍선은 크게 불수록 좋다. 여행에 있어 설렘이 ‘덤’이라면 결혼에 있어 설렘은 ‘독’이다. 풍선이 크면 클수록 더 큰 소리를 내며 ‘펑!’하고 결혼을 깨버린 남녀가 한둘인가. 설혹 풍선은 터지지 않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푸시시 바람이 빠져 버리더니 결국 쪼글쪼글해진 풍선을 맘속에 감춰 두고 애써 웃으며 결혼 생활을 겨우 이어가는 그들은 또 어떤가.

■ 비상 탈출 매뉴얼, 또는 남자 마음 사용설명서 여행은 매뉴얼과 친해지는 시간이다. 비상 시 비행기 탈출 매뉴얼, 이국의 지하철과 전화기 이용법, 디카 사용 설명서…. 그러나 결혼 생활에는 매뉴얼이 없다.

■ 필수 아이템 여행 가방에 꼭 넣어야 할 아이템은 빨간 립스틱, 10cm의 하이힐, 형광색의 비키니, 선물로 줄 한국적인 작은 소품들이다. 결혼 가방에 절대 넣지 말아야 할 아이템? 옛 남자들과 찍은 사진, 또는 그것이 담긴 USB, 커플링이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겨도 티 팍팍 나는 반지, 어쩌다 남편이 보게 되면 열 받을 게 뻔한 연애편지, 성형 전 사진들.

여행과 결혼의 닮은 점

■ 루트 짜기는 꼼꼼익선(益善) 루트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여행의 맛은 달라진다. 결혼에는 이미 정해진 루트가 있는 것 같지만 천만에! 여행에도 결혼에도 꼭 가야만 하는 루트는 없다. 결혼하고 꼭 애를 낳아야 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 알짜 정보는 여행안내서에 없다 여행의 질은 정보 수준에 달려 있다. 고급 정보는 반드시 ‘사람’에게서 나온다. 결혼도 마찬가지. 아는 만큼 잘 할 수 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자.

■ 타임보다 타이밍 타이밍이 좋아야 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결혼도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년을 사귀고도 결혼까지 가지 못하고 헤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달 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사람도 있다.

■ 예상치 못한 일, 이건 차라리 드라마 두 눈 멀쩡히 뜨고도 길을 잃고,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간 미술관은 마침 휴관이고,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악천후로 항공편은 취소되고. 결혼 생활에서도 계산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여러 가지 일이!

저자 전현미씨는 “‘연애도, 결혼도 여행처럼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책”이라고 한다. “싱글이라면 한 번쯤 해봄직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 실제로 이런 경험들을 한 싱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생각했죠.” 덕분에 책 속에 ‘땅콩’ ‘궁둥이’ ‘미련곰탱 양’ 같은 별명으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사례가 먹음직스럽게 무쳐질 수 있었다.

『나쁜 싱글』에는 7년간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얻은 결혼에 대한 저자의 이론과 분석도 들어 있다. 친근하고 재밌는 글솜씨와 구성은 친한 옆집 언니와 파자마 차림으로 수다를 떠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철저히 여성의 시각으로 쓰여진 것이지만 남자들이 읽어도 좋을 듯. 자신이 사랑하고, 앞으로 사랑하게 될 여성이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면 말이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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