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당산철교 '보고숫자 맞추기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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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허위보고를 감추기위해 서울시 지하철공사 공무원이 당산철교에 32개나 되는 구멍을 뚫은 사건은 얼핏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담당직원의 실수로 비춰진다.

그러나 조그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이 사건은 입으로는 안전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안전불감증에 푹 절어있는 서울시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일부러 구멍을 뚫은 지난해5월 당시 당산철교를 오가던 2호선 전동차는 한번 운행때 최소한 1천~2천명의 승객을 태우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오가던 때였다.

더구나 당시 철교 보수작업에 참여했던 남광토건 관계자의 "새로 뚫린 구멍은 다리에 새로운 균열을 발생시켰다" 는 증언을 들으면 그들에게 목숨을 맡긴채 다닌 우리의 현실에 분노를 지나 허탈한 생각이 들 지경이다.

지하철공사의 부실한 관리 감독도 지적돼야 할 사항이다.

지하철공사는 국회 건설위 백승홍 (白承弘.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균열을 막기위해 뚫은 스톱홀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오히려 그의 무지를 비난하기까지했다.

그러나 白의원의 계속된 추궁에 지하철공사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조사에 착수, 뒤늦게 이를 밝혀냈다.

공사측은 관련직원 한명을 직위해제 한 것으로 이 사건을 덮으려는 인상이다.

그러나 허위보고 과정에서 상급자는 정말 모르고 있었는지 등 남은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추궁은 남은 과제다.

서울시는 이번 일로 시민들에게 도저히 메울 수 없는 불신의 구멍을 냈다.

이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수도권팀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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