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5후보 합동토론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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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일보 주관의 대선후보 특별강연회는 '비자금의혹 정국' 이 한껏 고조된 시기에 열린 탓인지 후보들의 표정이 시종일관 굳고 긴장됐다.

당사자인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후보와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후보 사이엔 불뿜는 난타전이 벌어졌으며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조순 (趙淳) 민주당.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 (가칭) 후보도 가세, 열기가 후끈했다.

15분씩 연설한 뒤 후보들을 상대로 30여분간의 토론회가 이어졌는데 약점을 파고드는 질문들에 대부분 곤혹스런 모습이었다.

…질문은 김대중 후보에게 가장 많이 쏟아졌다.

"경제회생을 이유로 정치자금문제가 봉합돼선 안되는 것 아니냐" 는 첫 질문에 金후보는 "과거현실에서 모든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받았고 야당당수로서 나는 더 받았을 것" 이라고 시인하고 "그러나 정치자금은 개인이 소지했느냐, 공적으로 사용했느냐 여부가 중요한데 나는 사적으로 축재하지 않았으며, 조건이 붙은 돈은 한푼도 안받았다" 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여당이 선거에서 세불리하자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전투구로 몰아가 선거판을 깨겠다는 의도" 라고 옆에 있는 이회창 후보를 비난했다.

두번째 질문을 받은 이회창후보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배 정치지도자에게 부정축재 문제를 제기하는 데엔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느꼈고 가슴이 아팠다" 며 "그런데 김대중총재께서 그렇게 직설적으로 나오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고 칼날을 세웠다.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저차원이 아니라 제보를 받고 구태의연한 정치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 이번에야말로 정말 낡은 3金정치를 깨야 한다는 고차원적인 생각에서 하게 된 것"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 후보는 " (정치자금이) 관행인 것은 사실이지만 관행이 정당화되는 상식을 깨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92년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선 "지금같은 정도로 자료가 밝혀지고 사실이 드러나면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고 분명히 했다.

다른 후보에 대한 질문이 한차례 돈 뒤 김대중 후보는 "과거관행이 '잘된 일은 아니다' 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도 정치자금 관행을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히지 않았느냐" 며 "지지율 하락에 당황한 여당의 엉뚱한 조작" 이라고 李후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회창 후보는 바로 이어 "국민들이 이 문제의 본질을 알게 되면 (나에 대한) 지지도는 바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 이회창 후보간 난타전이 오가는 가운데 김종필 후보는 "어떻게 문제가 제기됐든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있으면 밝혀야 하는게 도리" 라며 김대중 후보를 감싸주진 않았다.

조순 후보는 "일단 불거져나온 이상 밝혀져야 한다" 고 했고 이인제 후보는 "검찰의 칼로 새시대를 여는 정치의 봄을 겨울로 되돌리게 해선 안된다" 면서도 검찰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수사를 강조했다.

결국 조순.이인제 후보는 찬성, 김종필후보는 중립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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