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7P '널뛰기'…대폭락 하루뒤 다섯차례나 반전거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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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폭락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해 주가가 심한 '널뛰기' 를 했다.

이날 주가는 증시부양관련 소문이 돌 때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주가흐름이 뒤바뀐 것이 모두 다섯차례였고 종합주가지수 최저치와 최고치의 차이인 일교차는 무려 27포인트나 됐다.

이날 주가가 상승세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처럼 '천당과 지옥' 을 오가는 주가흐름을 쫓느라 투자자들은 하루종일 가슴을 조이며 일희일비 (一喜一悲) 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무차별 매도공세로 나오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장세흐름의 변화에 조금도 아랑곳 않고 시종일관 매물을 퍼부어 이들이 본격적으로 국내증시에서 발을 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날 주가는 소강상태에서 출발했다.

외국인들이 한전주를 중심으로 소량의 매물을 내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매도세가 잠잠해지고 매수세도 침묵을 지켜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은 정적이 감돌았다.

매도 매수 사이의 팽팽한 균형이 깨진 것은 장 개시 10여분이 흐른 뒤부터. 외국인들이 매도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긴 것을 기화로 투신.증권등 기관투자가들이 업종구분 없이 매물을 내놓자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주가낙폭이 커지자 이번에는 개인투자자들마저 매도세에 가담하는등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투매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합지수는 오전9시52분 578.47에서 10시22분 564.47까지 30분도 채 안돼 14포인트나 급전직하 (急轉直下) 했다.

반등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은 전장 중반께. 증권.투신사장단이 매도를 자제키로 결의한데 이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증시안정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시장분위기는 급변했다.

여기에 주가가 단기간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데 따른 자율반등을 노리고 단타세력들이 속속 유입되면서 주가는 발빠른 회복세에 들어섰다.

종합지수상으로는 저점을 찍은지 20여분만에 보합선까지 오른 후 옆걸음 치다 오전11시20분부터는 완전히 플러스로 돌아서 오후1시5분쯤에는 전일대비 13.59포인트 오른 592.84로 하루만에 590선 고지를 탈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에서 주민을 납치해 갔다는 때아닌 장외악재가 터진데다 역외 (域外) 선물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이 1천원 이상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매물을 불러 주가는 다시 보합선까지 후퇴했다.

이후 주가는 매매쌍방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막판 개인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로 마감됐다.

이날 장을 지켜본 증시관계자들은 "장이 이처럼 널뛰기를 한 것은 근래 들어 보기 드문 현상" 이라며 "이날 매수세는 단타세력이 주류를 이뤄 반등세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고 진단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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