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엔 '돈 가뭄'…선물엔 '돈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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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에 돈이 말랐고 선물시장에는 돈이 넘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주식거래대금은 지난 22일 1조4718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만 해도 거래대금은 하루에 2조5000억원을 넘었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고객예탁금도 감소세다. 22일 현재 8조238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5000억원 이상 줄었다.

자산운용사에 맡겨 투자하는 돈도 급감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순수주식형(주식편입 비중 60% 이상) 펀드의 수탁고는 지난해 말보다 1조원 줄어들어 21일 현재 8조4346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선물시장의 거래대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OSPI200선물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해 10조8421억원에서 이달엔 15조863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 KOSPI200선물의 하루 거래대금은 주식시장의 7.6배나 된다. 이 배율은 지난 4월만 해도 3.8배에 그쳤으나 5월 이후 현물시장은 쪼그라들고, 선물시장은 팽창하면서 크게 뛰었다. 이런 가운데 선물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50%를 훌쩍 넘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침체한 거래소 시장을 버리고 선물 시장으로 간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의 극심한 돈 가뭄은 호재가 있어도 주가가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반면 사소한 악재에도 주가가 급락하고, 이로 인해 다시 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대투증권 남명우 부장은 "펀드매니저들이 좋은 종목을 발견해도 돈이 없어 사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자금을 맡겨 달라는 자산운용사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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