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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생태공원’ 후보지 파주 초평도 첫 생태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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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2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강 하구 임진나루터. 군부대의 안내에 따라 서울대 김귀곤(환경생태계획학) 교수와 본지 취재팀이 0.7t급 어선에 올라 초평도로 향했다.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의 발길이 허용되지 않은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습지인 초평도에 대한 현장 생태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쪽의 초평도 동쪽 임진강에서 비오리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화재로 섬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갈대밭이 불탔다. [파주=안성식 기자]


하류 쪽으로 5㎞ 가자 176만5000㎡ 크기의 무인도인 초평도가 임진강 가운데 버티고 있다. 1∼3m 높이의 초평도 동쪽 갈대밭은 숯 검댕이다. 지난달 23일 군부대 사격 훈련 도중 유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섬의 3분의 1인 50만㎡의 갈대밭과 숲이 탄 것이다. 화를 면한 강 가장자리에는 물억새와 갈대, 갯버들 같은 습지식물이 빼곡히 자라 대조적이다. 강가에는 자갈밭과 뻘이 길게 형성돼 있어 해수욕장을 연상시킨다.

섬 북쪽에 불길이 닿지 않은 광활한 숲이 취재팀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루나무·신나무·오리나무·사시나무 같은 습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에서 육중한 새 두 마리가 낮게 난다. 망원카메라로 살펴보니 몸길이 80㎝ 정도 크기의 흰색 꼬리에 갈색 깃털을 지닌 천연기념물 제243-4호 흰꼬리수리다. 임진강·한강 등의 큰 하천이나 하구에서 겨울을 나는, 멸종 위기에 놓인 겨울 철새다. 희귀 조류인 말똥가리 한 마리도 목격됐다.

강가엔 왜가리·댕기머리물떼새·쇠기러기·오리 등이 무리 지어 날아다닌다. 김 교수는 “맹금류인 흰꼬리수리와 말똥가리가 서식하는 것은 물고기·개구리·뱀·쥐·토끼 등 맹금류의 먹이가 되는 동물이 섬에 다양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뻘에다 배를 대고 4m 높이의 섬에 오르자 신나무·오리나무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래 성분의 땅에는 검정콩 모양의 고라니 배설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2∼3m 폭의 얕은 수로도 눈에 띈다. 취재에 동행한 민통선 안쪽 해마루촌의 주민 조봉연(53)씨는 “서해와 가까운 이곳엔 밀물 때면 수로를 통해 강물이 섬 안 구석구석까지 역류해 들어간다”고 말했다. 저지대에 넓게 분포한 갈대밭은 여름이면 불어난 물에 잠기고 물웅덩이도 중간 중간 만들어져 습지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그는 “초평도는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 203호 재두루미를 비롯해 고니·가마우지·부엉이·올빼미·원앙·해오라기 등이 사는 새들의 천국”이라며 “멧돼지도 자주 볼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1사단 측은 “초평도의 자연생태 보존을 위해 이곳을 ‘사격장 피탄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재 이후 초평도를 향해 사격하는 훈련을 중단했다. 내년부터는 대체 피탄지를 마련할 방침이다. 군은 1998년부터 초평도 1300㎡를 소형 화기 피탄지로 운용해 왔다. 이번 조치로 경기도가 초평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평화생태공원’ 조성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생물 다양성이 높고 퇴적으로 형성된 특이한 섬인 초평도를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이나 람사르 협약에 의한 ‘람사르 사이트’로 지정해 보호해야 할 만큼 생태적 가치가 높은 섬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사유지를 매입하고 DMZ 생태계 관리를 위한 종합 계획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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