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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정치] 날씨부터 챙긴 이회창 유세팀 … 외국만 가면 일 터진 노무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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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문수 경기지사는 중요한 회의나 대형 행사를 치르기 전에 꼭 쌈밥을 먹고 갑니다. 사람이 긴장을 하면 대개 식욕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김 지사는 그 반대지요. 김 지사의 전임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아무리 호화 만찬을 하더라도 밥이 나오지 않으면 나중에 집에 돌아가 꼭 밥을 챙겨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독특한 습관이나 징크스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결벽증으로 유명합니다. 심할 땐 식사 모임에 개인 수저를 들고 나오고, 호텔 문 손잡이를 옷소매로 잡을 정도였으니까요. 권투를 하던 청년 시절 아침 운동을 하다 전염병 환자와 부딪친 게 계기였답니다. 1987년 대선 때 지방유세 중에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싸 준 상추쌈을 엉겁결에 받아 먹었다가 사흘간 구토를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JP(김종필 전 총리)도 공동탕에 들어가질 않습니다. 언젠가 한 측근이 이유를 물었더니 JP는 “아 이 사람아, 거기에 온갖 사람들이 다 들락거리는데 뭐가 있는 줄 알고 함부로 들어가나”라고 면박하더라나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단정한 머리 모양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신경을 씁니다. 숱이 적다 보니 한때 이쑤시개로 한올 한올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합니다. 머리가 흐트러질까 봐 비 맞는 걸 싫어해 과거 한나라당에서 이 총재 유세 일정을 짤 때는 일기예보부터 챙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바지’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박 전 대표는 원래 긴 치마 차림을 고수해 왔지만 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정부와 투쟁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고비 때마다 바지를 입었습니다.

정치인과 선거는 불가분입니다. 그래서 생긴 징크스도 빼놓을 수 없지요. 박종근(한나라당) 의원은 15대 총선부터 유세 때 초등학생들이 환호하는 걸 행운의 상징으로 생각합니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고 친박연대로 출마했지만 초등학생들이 박수치는 걸 보고 당선을 자신했다고 합니다.

외유와 관련된 징크스도 많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외국만 나가면 큰일이 터지는 해외출장 징크스로 고전했습니다. 2003년 5월 첫 방미 때 화물연대 파업을 시작으로 그해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비리 사건, 2005년 러시아 방문 때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발표 등 한두 번이 아닙니다.

열린우리당 의장들도 외유 징크스에 시달렸습니다. 문희상 전 의장은 2005년 방미 직전 10·26 재선거의 참패, 신기남 전 의장은 2004년 방중 직전 선친의 친일의혹 파문으로 의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외국 출장만 가면 꼭 사건이 터져 발이 묶이 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지난 1월 중동 순방도 국회 폭력 사태로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폭발하는 바람에 어렵사리 비행기에 오른 경우입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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