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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완충은 없다, 끝없이 충전하는 세대'

중앙선데이

입력

직장인, 벤처사업가, 대학·대학원생, 취업준비생… 지난 3주 동안 취재팀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50여 명의 20대를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이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나’ ‘우리’, 그리고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말말말’로 재구성해 정리했다.

“나는 오늘 이런 옷 입었다는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리는 세대. 정보가 많아 지식을 얕보는 세대. 지금은 영어만 잘하면 옥스퍼드대 도서관도 접속 가능하다. 한국은 비즈니스 아이템 하나 잘되면 다들 그것 갖고 경쟁. 그러니 한 줄에 서서 달리게 된다. 나는 한 줄에서 빨리 뛰는 경주를 하는 것보다 트랙을 벗어나 걷겠다.”(조승연·28·'공부기술''생각기술'등 13권의 책을 펴낸 에듀테이너 그룹 대표)

“우리는 충전세대. 입사할 때까지 스펙을 계속 충전해야. 입사해서도 충전은 계속돼. 우리에게 100% 완충은 없어. 다른 세대는 적어도 충전율 상한선은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인턴을 하나 뽑아도 스펙 과잉, 학력 과잉이다.”(김주민·27·고려대를 나와 인터넷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언론계 지망생)

“학교에서 조금만 벗어나 자신의 일을 꾸려 보면 ‘공부가 가장 쉽다’는 걸 느껴. 공부의 최종 목표를 높은 연봉에 두고 있다는 점이 문제 아닐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고민 그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지승욱·22·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최초로 KAIST에 입학한 청년 벤처사업가)

“‘너는 누구냐’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지만, 우리가 어떤 세대인지 고민할 여유도 기회도 찾기 힘든 세대. 20대는 웃음을 잃어버린 세대지만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 세대.”(김영준·28·개그맨 공채 시험에 도전 중인 청년백수)

“무한경쟁을 치러야 하는 세대. PC방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도 10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할 정도. 사법고시 합격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익명을 당부한 법대생.25)
“글로벌 경제위기라고 하지만 막연하게만 느낄 뿐. 틈틈이 모은 용돈으로 들어 놓은 펀드예금의 수익률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볼 때, 먼저 졸업한 친구들이 놀고 있을 때 위기감 느껴지기도.”(김현주·23·이화여대 공대 4학년 재학)

“모든 나라에 다 있는 좌파·우파를 단순하게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나누는게 이상해. ‘이거냐 저거냐가 아니라 1부터 10까지 사람마다 다른게 아닐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원한다.”(김혜겸·28·청소년기를 미국에서 지낸 경험 갖고 있는 3년차 직장인)

“젊은 사람은 진보, 나이 든 사람은 보수라지만 우리 세대는 진보가 유행이 아냐. 그런데 밖에 나가선 자기가 진보라고 말하는 친구가 많다. ‘진보다’라고 말하는 게 더 멋있어 보여서….”(이윤아·27·이화여대 방송영상학과를 나와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

“목표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뭔가를 쫓다 나중에는 내가 뭘 쫓는지도 모를 때 많아.”(강재형·24·미국에서 태어나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

“20대는 뭐라 규정 짓기 어려운 무형의 세대. 엄지손가락을 잘 쓰고, 괴롭지만 아름답게 보이는 세대. 머리는 일찍 발달하지만 인간적 성숙도는 따라가지 못해 사춘기가 빨라지고 늦게까지 지속되는 세대.”(표선미·25·영화를 좋아해 영화 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있는 2년차 직장인)

“풍족하지만 빈곤하고, 주변에 사람은 많지만 항상 외로운 세대. 인터넷과 메신저에 빠지는 건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확인받고 싶은 욕구 때문.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채워지지 않아 텅 비어 있고, 보이고 보여 주는 걸 중시하는 이미지 세대.”(성미경·27·홍보 일을 하고 있는 2년차 직장인)

“(외모지상주의 얘기가 나오자) 짜증 나죠. 성형이 너무 많아서. 가까운 미래에 자연미인 대회가 열릴 것.”(조아라·26·심리학을 전공한 3년차 직장인)

“20대 여성은 사악한 악녀 아닌, 끊임없이 즐거운 것을 갈구하는 ‘樂女’들.”(주리나·23·직장을 다니다 진학한 대학생)

“취업을 하고서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세대. 끊임없이 채워 넣는 창고가 필요하다.”(정석호·23·연세대 사회복지과 재학)

“위 세대에선 취업원서를 기업에 우편 접수했지만, 우리 세대는 온라인에서 클릭 한번으로 구직 활동하는 게 익숙. 예전엔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할까에 관심을 뒀지만 이젠 기업의 명성만으로 직장을 선택.”(김현수·25·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4년차 직장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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