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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영일기]금연운동…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지구촌 곳곳에서 '담배와의 전쟁' 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강력한 금연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흡연은 줄지 않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폐해 (弊害) 도 실로 엄청나다.

WHO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 10초마다 1명씩, 1년에 3백만명 이상이 흡연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담배연기로 날려버리는 경제적 손실도 담배값과 보건위생 비용, 근로자 생산성 감소등을 포함해 연간 2천억달러 (약 1백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기업에서도 흡연문제는 적지않은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사무실내 흡연은 공기오염과 함께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어 근무환경을 혼탁케 한다.

잦은 이석 (離席) 으로 인한 업무집중도 저하는 물론이거니와 어쩌다 사무실내 금연 캠페인이라도 벌이는 경우엔 인근 다방에까지 원정흡연도 불사하는 바람에 시간과 돈을 축내게 되는등 손실이 상당하다.

이 정도의 손실은 오히려 낫다.

기업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인적자원, 즉 사원들의 건강을 흡연으로 잃게 된다면 보다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담배를 끊기란 필자의 두 번에 걸친 경험으로 보더라도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금연을 위한 묘약 (妙藥) 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뿐인데 개인의 의지만으로 완전금연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일부 기업의 금연운동이 지지부진하게 되는 이유도 개인의 절제와 희생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금연운동이 성공하려면 회사의 적극적인 금연정책과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실천의지와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금연운동을 단순히 깨끗한 사무실 환경 조성을 위한 일시적인 캠페인 차원이 아닌 장기적인 측면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 사원들의 반발이 크겠지만 '담배를 피우고 안피우고는 개인문제이나 흡연사원을 승진시키고 안시키고는 나에게 있다' 라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또한 회사의 세심한 금연지원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금호그룹에서는 최근 일부 직원들이 뜻밖의 목돈을 손에 쥐고 흐뭇해 한 적이 있었다.

10여년전부터 그룹차원에서 실시했던 금연운동의 일환으로 매일 담배값 대신 푼돈을 모으기 시작했던 '건강복지기금' 을 회사가 불려준 고액의 이자까지 포함해 한꺼번에 되돌려 받았기 때문이다.

작게는 1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천6백만원이라는 거금 (巨金) 을 탔다.

금연프로그램 개설, 다양한 취미서클 활동 장려등으로 금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원들을 도와주는 방법도 필요하다.

기업마다 표방하고 있는 '인간존중경영' 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인적자원을 가꾸는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바야흐로 기업도 이제 '금연운동' 을 경쟁력차원에서 생각해보며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인것 같다.

신형인 <금호타이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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