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저금리 시대 … 대출금리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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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저금리 시대다. 하지만 은행 돈 빌려 쓰고 있는 사람에겐 그림의 떡. 내가 내는 이자는 왜 이리 비싸냐며 속 태우는 사람이 많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했으니 당연히 대출금리도 내릴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CD금리는 지난해 10월 24일 최고치(연 6.18%)에서 14일엔 2.43%로 떨어졌다.

하지만 CD금리가 반토막 이하가 됐으니 대출금리도 비슷하게 떨어졌을 거다, 하며 은행에 갔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다. 은행들이 순순히 금리를 낮출 리 없다. 금리 하락을 벌충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인 것이다. 모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를 지난해 3월 말의 두 배인 2.4~3.31%포인트로 올렸다. 따라서 같은 기간 CD금리는 55%나 급락했지만, 대출금리는 2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물론 이미 돈을 빌린 사람의 경우엔 약정할 때 정한 가산금리가 만기까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대출받을 때 신용카드 사용, 급여 이체 등을 전제로 할인 금리를 적용받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 또 대출금리는 3개월마다 바뀌므로, 금리 변동 시점에서 CD금리가 오른다면, 그 사이의 금리 하락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산금리가 높아진 것은 은행의 벌이가 시원찮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7~8%대의 고금리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거나, 정기예금을 끌어모아 대출을 해줬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자 CD금리가 내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를 내렸다간 손해라는 게 은행 설명이다. 그래서 가산금리로 수입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도 2월부터는 통하지 않는다. 늘어난 은행의 수신(20조6000억원) 가운데 이자가 연 1% 안팎인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 15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으로 대출한다면 은행이 손해볼 이유가 없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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