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정 붕괴 위기…재건공산당과 내년도 예산안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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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로마노 프로디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집권 중도좌파 연정 (聯政) 이 출범 1년5개월만에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집권연정과 소수당인 재건공산당 (RC) 간에 유지돼온 협력관계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와해위기를 맞으면서 안정국면에 들어서는 듯하던 이탈리아 정국에 또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RC가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프로디 내각은 퇴진이 불가피하며 이는 곧 조기총선으로 이어져 이탈리아는 또 다시 정치적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이탈리아가 사력을 다해 추진중인 99년 유럽단일통화 (ECU) 참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연정붕괴위기의 발단이 된 내년도 긴축예산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 (GDP) 의 3%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하는 ECU 참여기준 충족을 위해 복지부문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돼있다.

프로디 내각은 내년도 복지예산을 무려 25조리라 (1백50억달러) 나 대폭 삭감함으로써 재정적자를 GDP의 2.8%로 축소하는 초긴축 예산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2일 파우스토 베르티노티 RC당수는 "소속의원 35명의 자체투표를 통해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긴축예산안에 반대키로 결정했다" 면서 "예산안 표결에서 정부는 하원의 절대과반수 지지를 기대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못박았다.

퇴직연금 삭감부분을 철회하고 임금은 그대로 둔 채 주35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며 실업자 구제와 남북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등의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은 그후에도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옛 이탈리아 공산당내 좌파세력이 재결집한 RC는 집권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프로디 총리가 제안한 '올리브나무 동맹' 에 가담, 연정에 협조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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