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이 낳은 ‘승자와 패자’ 양극화 극복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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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18면

C세대에게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세대의 상징이 이전 세대와 사뭇 다르다. 386 세대의 상징이 민주화와 학생운동에, 신(新)세대의 상징이 ‘네 멋대로 하라’의 자유분방한 문화에 있었다면, C세대의 그것은 무한경쟁과 청년실업에 있다. ‘민주화 시대’와 ‘문화의 시대’를 거쳐 우리 사회가 이제 ‘세계화 시대’의 문턱을 막 넘어서고, 그 빛과 그늘의 한가운데 C세대가 놓여 있는 셈이다.

HOW C세대의 과제

둘째, 세대 내 양극화도 특기할 현상이다. 세대라 하면 흔히 사회·문화적 동질성이 강조되지만, 이들은 세대 내 동질성과 이질성이 공존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물질적 가치(materialist value)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이 동질성이라면, 세계화가 강제하는 무한경쟁은 이 세대를 승자(winner) 그룹과 패자(loser) 그룹으로 분화시키는 양극화를 낳아 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대 내 분화 및 양극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유창한 영어, 경영 컨설턴트, 국제변호사,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승자 그룹의 아이콘들이라면 어눌한 영어, 비정규직, 히키코모리, ‘면식수햏’(라면 등을 먹으며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 등이 패자 그룹의 아이콘들이다.

또한 서울과 뉴욕, 그리고 유럽을 가로지르는 글로벌 라이프가 위너 문화의 중심을 이룬다면,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네”(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악어떼’ 중) 같은 정서가 루저 문화의 저류로 흐른다.

세대 내 분화를 물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또 위너 문화와 루저 문화 사이에는 다양한 하이브리드(hybrid·잡종) 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세대 내 분화는 다양성을 넘어 양극화 및 불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양극화가 강화되면 세대 내 긴장이 증가하고 결국 사회통합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신세대를 ‘자유의 아이들’이라 이름지은 바 있는데 C세대는 ‘위기의 아이들’이라 할 수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주요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일자리 창출이다. C세대의 최대 사회문제는 청년실업이다. 경제위기 아래 청년실업을 해결하기가 결코 쉽지 않지만, 새로운 고용창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 기업과 시민사회, 보수와 진보 간의 생산적인 타협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성숙한 상호 신뢰와 배려가 요구된다.

둘째는 교육 기회의 확대다. C세대의 양극화는 학벌사회, 교육 양극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학벌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명문대와 비명문대,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 간의 차이 또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구체적으로 빈곤계층 또는 소외 지역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도입돼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변화와 문화의 다양성을 촉진시킨다. 역사적으로 비트 세대, 히피 세대, 그리고 여피 세대가 그러했으며, 우리 사회에서는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그리고 신세대가 그러한 역할을 맡아 왔다.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사회발전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와의 세대 간 소통 역시 활성화돼야 한다. C세대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더욱 따듯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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