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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신용등급 53년 만에 AAA → A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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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블루칩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3일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GE와 자회사인 GE캐피털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사실을 이같이 보도했다. GE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1956년 이후 53년 만이다. 이 회사는 1938년 이후 7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배당금을 대폭 삭감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등급 하락을 막지 못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이날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의해 최고 등급(AAA)에서 한 단계 떨어진 AA+로 조정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는 주요 신용평가사가 버크셔의 최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버크셔의 주식과 파생상품 투자는 시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대한 보호 장치도 충분치 않아 AAA 등급엔 걸맞지 않다”고 밝혔다. 버크셔는 지난해 주식과 파생상품 투자에서 46억5000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에 따라 AAA 등급인 기업은 석유업체 엑손모빌 과 마이크로소프트(MS)·존슨&존슨, 신용분석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네 곳으로 줄었다.

GE의 신용등급을 갉아먹은 주범은 금융 자회사인 GE캐피털이다. S&P의 로버트 슐즈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GE캐피털이 수익성에 압력을 받고 있다”고 등급이 떨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GE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GE캐피털의 신용등급은 A로까지 낮아졌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로써 GE는 앞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됐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여러 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영 모델로 인식됐던 기업의 이미지가 손상을 입게 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GE의 전 최고경영자(CEO) 잭 웰치가 20년간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를 최상위 컨셉트로 추구해 온 경영 모델을 이제 바꿔야 할지 모르게 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수익을 내 기업 가치와 주가를 높이는 게 기업의 최고 목표라는 게 ‘주주 가치 경영’의 핵심이다.

웰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주 가치에만 주력하는 건 ‘가장 어리석은 생각(the dumbest idea in the world)’”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주주 가치는 기업 경영의 결과물일 뿐 전략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기업 가치는 직원과 고객, 상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충격에도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깎일 수 있다는 불안감 탓에 GE 주가는 최근 6달러 밑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정작 12일 발표가 난 뒤부터는 상승해 전날에 비해 1.08달러(12.7%) 오른 9.57달러로 장을 마쳤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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