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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出家하는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스물아홉살에 출가한 실달다 태자 (太子)에게는 정비 (正妃) 아쇼다라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하나 있었다.

한데 이 아들이 정확히 언제 태어났느냐에 대해서는 설이 구구하다.

출가한 바로 그날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출가하기 이레 전에 태어났다는 설도, 출가한 며칠 뒤에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심지어 아쇼다라가 남편의 출가 전에 잉태했다가 남편이 6년의 고행 (苦行) 을 마치고 득도하자마자 아들을 낳았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한 가지확실한 것은 실달다가 아들의 출생 소식을 듣는 순간 "라훌라가 생겼구나!" 라고 외쳐 '라훌라' 가 그대로 아들의 이름이 됐다는 점이다.

'라훌라' 는 장애 (障碍) 라는 뜻이니 곧 아들이 태어남으로써 자신의 출가와 수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는 외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라훌라가 실달다의 출가 이후에 태어났으리라는 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이전에 태어났더라면 출가를 결행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리라는 것이다.

불가 (佛家)에서는 이를 두고 '사랑의 줄을 끊어 버린다' 고 표현한다.

출가하여 불교에 귀의하는 것은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단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서로간에 작용하도록 돼 있다는 '연기 (緣起)' 의 존재론을 '무상 (無常)' 으로 표현하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카필라의왕위계승자로서 온갖 부귀영화가 보장돼 있던 실달다가 출가해 득도 (得道) 할 수 있었던 것은 버릴 수 없는 것들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가능했다.

그래서 출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격한 계율을 지키도록 했다.

비구 (比丘)가 될 때는 2백50계 (戒) 를, 비구니 (比丘尼)가 될 때는 3백48계를 받도록 돼 있는데 모두 까다롭고 지키기 어려운 것들 뿐이다.

우선 가족.친척.친구등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야 하고 사회적 지위나 재산까지 포기해야 하는 일부터가 어렵다.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 2명을 포함한 30대 초반의 서울대 출신 엘리트 9명이 불문 (佛門)에 귀의했다해서 화제다.

"세상살이가 덧없고, 허무하다" 는 것이 이유라는데 '자아를 넘어서려는 노력의 결과' 라는 긍정적 평가도, '정신적 공허함을 메우기 위한 자기포기' 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는 모양이다.

덧없고 허무한게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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