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붉은 악마 열기 더욱 뜨겁게 달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흔히 한국인의 기질을 빨리 더워졌다가 빨리 식는 '냄비' 에 비유하곤 한다.

그동안 축구에 관한한 이 말은 딱 들어 맞아 왔다.

한게임 지면 "역시 한국은 안돼" 하며 등돌렸다가 한게임 이기면 금방 "한국축구가 최고" 라며 추켜세운다.

이번 98프랑스월드컵 예선전을 보면서 우리는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전이나 우즈베키스탄전에는 초청장을 주면서 "제발 와주십시오" 라고 해도 외면하던 사람들이 한일전 승리 이후 갑자기 축구팬으로 돌변, "표 내놓으라" 고 야단이다.

"공짜표가 아니라 돈주고 살테니까 표만 구해달라" 며 마치 큰 인심이나 쓰는것 같다. 하기야 그것만 해도 대단한 발전이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응원단이다. '붉은 악마들' 이라는 명칭의 대표팀 응원단. 지난해말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6 - 2로 대패한후 대부분의 국민들이 축구에 등을 돌렸을때 골수팬을 자처하는 2백여명이 조직한 응원단이다.

4일 아랍에미리트전에서는 처음의 10배가 넘는 2천여명이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다. 지금도 '붉은 악마들' 에 어떻게 가입하는지 물어오는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이제 비로소 한국축구가 자리를 잡는것 같다" 며 축구인들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앞으로 한국팀의 성적이 나쁘면 이들중 많은 수가 탈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본은 흔들리지 않을것 같다. 축구팬은 어차피 냄비같은 속성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의 양은냄비가 아니라 3중구조의 튼튼한 최신 냄비가 되어보자.

손장환 체육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