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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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국은행이 6개월간 밟아온 금리 인하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9일부터 여섯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2%로 낮췄다. 한은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용으로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총액대출한도를 9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으로 돈이 더 흘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은이 고심한 부분은 이번 동결로 ‘한은의 금리 인하가 끝났다’고 시장에 비쳐지는 것이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가 떨어졌다”며 “일단 기준금리를 유지하되 그동안의 시책(금리 인하)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속도 조절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금리 인하 카드를 다시 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엔 원화 가치가 불안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내려가면 국내에 있는 외국 자본이 금리가 더 높은 곳을 찾아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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