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인제 판도변화 조짐…이인제 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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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 진영의 위기의식은 상당하다.

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李전지사 지지율이 빠지는 기색이고, 그것을 결코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李전지사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다.

20일전 신한국당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어도 지지율이 요즘처럼 맘에 안든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다 이회창 신한국당총재로부터는 '주적 (主敵)' 으로 몰린 상태다.

반면 기대를 걸었던 신한국당 내분은 잠복상태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하나도 되는 게 없다" (李전지사의 한 측근) 는 푸념이 저절로 나오는 형국이다.

李전지사 캠프엔 총비상이 걸렸다.

지도부는 "여기서 꺾이면 끝장" 이라며 전의 (戰意) 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거대조직을 가진 이회창후보에게 2위자리를 내주면 대선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인 만큼 재도약 발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李전지사측이 희망을 거는 것은 '신당바람' 이다.

이를 위해 오는 7일 부산에서 발기인대회를, 13일엔 대구에서 창당결성대회를, 30일에는 서울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잇따라 연다.

신한국당의 터전이랄 수 있는 영남에서부터 '이인제 바람' 을 일으켜 이회창후보를 멀리 떼어놓겠다는 것이다.

이곳의 지지 열기는 아직 괜찮은 편이라는게 李전지사측의 판단이다.

때문에 "창당을 위한 각종 대회를 열면 지지율이 다시 오를 것" 이라고 장담한다.

李전지사는 30일 중앙당 창당때까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신한국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자민련 의원 영입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신한국당쪽엔 차질을 빚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 2~3명, 자민련 의원 3~4명과는 얘기가 비교적 잘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영남등 광역자치단체장 2~3명의 영입작업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지만 중앙당 골격만 제대로 갖춰지면 급진전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여당 분열을 겨냥한 심리전 전개도 빼놓을 수 없는 작전이다.

李전지사측은 박찬종 (朴燦鍾) 신한국당고문이 신당의 대표를 맡을 것이고, 신한국당 비주류 핵심인 서석재 (徐錫宰) 의원이 결국 합류할 것이라는 설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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