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 비주류 反이회창 행보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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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비주류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 전당대회 이전만 해도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당총재직을 던져버리면 반 (反) 이회창 깃발을 드는데 훨씬 자유로워질 것" 이라고 큰소리쳤던 그런 비주류가 아니다.

비주류측 상당수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이회창총재 - 이한동 (李漢東) 대표 체제가 들어서자 목소리를 낮추는 기색이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 지지그룹의 기세가 눈에 띄게 수그러들었다는 점이다.

6일께 李전지사 진영으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학원 (金學元) 의원은 2일 당잔류를 시사했다.

金의원은 "李전지사의 탈당을 만류했던 사람으로서 고민하고 있다.

李전지사와 이회창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단 당내에서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역시 탈당설이 있었던 원유철 (元裕哲) 의원도 "나도 李전지사의 탈당을 말렸다" 며 "내가 탈당을 결심하더라도 지역구민들이 반대할 경우 지역민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혔다.

다만 李전지사의 강력한 후원자인 김운환 (金운桓) 의원은 아직도 이회창후보에게 비판적이다.

하지만 그도 이달초 탈당설에 대해서는 확인하길 거부했다.

李전지사측 의원들이 이처럼 달라진 까닭은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이 완만한 상승 또는 답보 추세인 반면 李전지사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류의 상당한 설득노력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국당은 2일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이 열흘전보다 무려 8.6%포인트 상승한 22.5%를 기록, 19.8%의 李전지사를 추월했다고 주장했다.

신한국당 조사는 자가발전 (自家發電) 의 측면이 강한 것이지만 3일자 한 신문의 조사결과도 李전지사 (2위) 와 李후보 (3위) 의 차이가 1.9%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만큼 李전지사측은 상당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비주류의 또다른 축인 서청원 (徐淸源) 의원의 태도도 좀 달라졌다.

"이회창은 안된다" 고 말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는 2일 가까운 사이인 이한동대표를 만났다.

李대표가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徐의원측은 일단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 며 유보적 태도로 바뀌었다.

다만 민주계 중진인 서석재 (徐錫宰) 의원은 계속 강경자세다.

국방위원인 그는 2일 국방부 감사장에서 거취와 관련된 듯한 메모를 썼다.

'지난 일요일 내가 결정한 몇가지 사안에 대해 깊은 검토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10월10일은 이 나라 역사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너를 중심으로 한 결정도, 결단도 있어서는 안된다…' 는 내용이다.

이 메모는 徐의원이 한 참모에게 보낸 것이라고 한다.

.어찌됐든 徐의원은 조만간 반이회창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徐의원은 '민주개혁세력의 대연합' 기치를 내걸고 李전지사와 조순 (趙淳) 민주당후보,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하나로 묶는 것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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