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스,스위스은행에 비밀계좌說…미국 LA지법 재판서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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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통령 연임시도와 관련, 필리핀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있는 피델 라모스 대통령이 이번엔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설로 큰 곤경에 빠졌다.

미국의 LA지방법원서 열리고 있는 마르코스의 비자금 캐기 재판에서 라모스의 이름이 들먹여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마르코스 치하에서 탄압받았던 피해자 1만여명의 보상금 획득을 위해 투쟁중인 미국인 변호사 로버트 스위프트가 스위스의 은행 3개가 마르코스 비자금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증거자료로 내놓은 서류에 라모스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라모스 이름은 스위스 은행을 비밀리에 찾는 고객들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알프스의 소국 (小國) 리히텐슈타인에 재단을 설립, 고객의 이름대신 재단 이름으로 계좌를 트는 일을 맡았던 피터 리터 변호사의 비망록에서 발견됐다.

이 비망록을 입수하는데 성공한 스위프트는 라모스 대통령이 스위스의 줄리우스 바에르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을 것이며 마르코스의 비자금 거래에도 관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이 누설된데 당황한 리터 변호사는 이 비망록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라모스 대통령은 이를 자신을 해치려는 음모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상황은 라모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 연임을 겨냥한 라모스측의 개헌 논의가 마르코스의 장기 집권.독재등으로 인식돼 곤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마르코스에 결정타를 안겼던 부정부패의 상징 스위스 은행의 비자금 사건에까지 연루됐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면초가에 몰리는 라모스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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