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문화올림픽'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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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우리나라와는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호주. 겨울의 찬바람이 가시고 이제는 따스한 봄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 이곳 호주 시드니에서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호주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미항 시드니만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많은 축제 가운데서도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동안 시드니의 상징물인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문화축전 (Festival of Cultures)' 은 호주 사람들의 삶의 여유와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그대로 나타내 보여주어 인상깊었다.

오페라하우스가 '가면과 전설' 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마련한 이 축전은 세계 각국의 민속춤과 음악등 다양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행사. 호주 원주민 무용단을 비롯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유럽.남미등 각 대륙에서 온 36개국의 무용단과 악단 60팀이 참가했는데 한국에서는 창무예술원이 초청을 받아 '사물 Ⅰ.Ⅱ' 를 공연했다.

첫날인 27일에는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에서의 '쇼케이스 콘서트' 라는 이름으로 오후 8시부터 실내공연이 있었고 28일에는 오페라하우스 야외공연장에서 오전 11시부터 하루종일 끊이지 않고 공연이 열렸다.

2천석이 넘는 콘서트홀이 거의 채워진 가운데 열린 '쇼케이스 콘서트' 는 이름대로 각국 단체들이 10여분씩 춤과 노래를 펼쳐보였다.

인도의 전통악기를 연주할때는 숨소리 하나없이 진지하다가도 아슬아슬한 반라의 무희들이 몸을 흔드는 브라질의 삼바춤이 등장하면 웃음이 온 객석을 채울만큼 유쾌한 공연이었다.

휴식시간에는 정식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콘서트홀 내부의 바 (Bar) 등 빈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춤과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사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썬글라스를 써야할만큼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열린 28일 야외공연에는 전날보다 훨씬 많은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공연을 감상했다.

이날은 공연 외에 오페라하우스 주변에 각국의 민속 공예품을 파는 벼룩시장과 전통음식을 파는 부스와 함께 꾸며진 카니발을 이루었다.

알파카 (안데스 산맥에서 자라는 동물) 털로 만든 모자를 파는 페루 사람이며 목각인형을 직접 만들어보이는 케냐 사람, 또 터키 전통의상을 입고 음식을 파는 인형처럼 이쁜 얼굴을 한 터키 여자. 이들 모두 공연에서 보여줄 수 없는 자국의 문화를 홍보하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한국 민예품 부스과 한국음식 부스는 보이지 않았다.

주최측의 의뢰를 받고 한국 단체를 선정한 문체부의 무신경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드니 시민들과 이 축전에 참가한 각국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릴 좋은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같아 안타까웠다.

시드니 =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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