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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배심·참심제, 우리 현실에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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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법개혁위원회가 일반 시민의 재판 참여를 보장하는 배심.참심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개위는 이와 함께 법조인 양성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로스쿨(법학전문 대학원)의 도입을 추진하고, 변호사나 검사 중에서 신규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도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를 결정하는 영미식 배심제든, 시민이 법관과 동등하게 유무죄는 물론 양형 결정에도 참여하는 독일식 참심제든 재판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런 만큼 재판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뿐 아니라 해묵은 '전관예우'의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심.참심제를 시행 중인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선 이 제도를 둘러싼 여러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O J 심슨 사건의 경우처럼 유능한 변호인 선임이 가능한 사람에게만 유리해 또 다른 '유전무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주의가 강한 한국인의 특성과 토론문화에 익숙지 못한 우리의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이 제도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더구나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27조)고 규정하고 있어 이들 제도가 위헌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배심.참심제의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해서 무조건 받아들인다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충분히 검토해 도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사개위가 추진 중인 로스쿨 도입은 법조인의 전문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전면적인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각 분야의 실무에 밝으면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전문 법조인을 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교수 충원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재원 확보 등 빈틈없는 실천 계획도 짜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