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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휩쓸 아이돌 한국서 발굴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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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쓴쿠는 “오디션에서는 나이나 외모보다는 실력을 가장 중요하게 볼 생각”이라며 “20대 이상의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엠넷미디어 제공]

프로듀서 ‘쓴쿠(つんく·본명 데라다 미쓰오·41)’는 일본에서 여성 아이돌 그룹 여럿을 성공시킨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1990년대 후반 소녀그룹 붐을 이끌었던 ‘모닝구 무스메’를 비롯해 현재 활동 중인 ‘베리즈코보’ ‘큐트’ 등 인기 여성 그룹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쓴쿠라는 예명은 삐죽한(ツン) 머리 모양 때문에 어릴 적 친구들에게 ‘쓴쿤(ツン君)이라고 불렸던 데서 유래한 것. 90년대 인기밴드 ‘샤란큐’의 멤버로 1300개가 넘는 곡을 작곡하기도 한 그가 이번엔 한국 음악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4월부터 음악채널 엠넷(M.net)과 함께 여성 아이돌 집단 ‘하로(Hello) 프로젝트’의 한국인 멤버를 선발하는 오디션을 기획한 것. “한국에서 재능있는 인재를 뽑아 일본 연예계에 데뷔시키겠다”는 계획을 품고 내한한 그를 9일 만났다.

◆"가능성 있는 사람 모두 뽑겠다”=보아, ‘동방신기’ 등 한국 가수들이 이미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일본 대형 기획사가 직접 한국에서 연예 지망생을 선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한국 그룹들을 보면서, 또 한국 TV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들을 접하면서 한국인의 음악적 감각, 특히 리듬감이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노래방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만 봐도 일본인들과는 다른 ‘그루브(Groove, 순간의 분위기 타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재능을 지닌 한국인들이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체를 휩쓸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쓴쿠가 이끄는 ‘하로 프로젝트’에는 현재 70명이 넘는 여성 멤버들이 소속돼 있다. 이 멤버들끼리 팀을 만들어 음반을 내고, 연말에는 합동 콘서트도 연다. 4월부터 시작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될 한국인 멤버들 역시 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하게 된다. “10명이 뽑히게 될지 1명이 뽑히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모두 뽑겠다는 게 기본원칙이에요. 일본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과는 좀 다른데, 음악적인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미완성인 아이돌이 성장하는 모습을 팬들이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요. 한국인 멤버를 뽑을 때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둬, 완벽한 실력보다는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가를 보게 될 겁니다.”

쓴쿠가 1997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한 일본 최고의 소녀 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


◆일본 음악계, 한국에서 에너지 흡수=오사카 출신인 쓴쿠는 어릴 적부터 재일 한국인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한국 문화를 접해 왔다.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성장을 실감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라고 했다.

“5~6년 전부터 한류 바람과 함께 한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접하면서, ‘한국 음악이 이렇게 성장했구나’ 많이 놀랐습니다. 일본 아이돌 시장이 ‘자기복제’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데 비해 한국 아이돌은 미국이나 영국의 음악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쑥쑥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성 그룹을 키우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은 “프로의 실력과 정신을 갖춘, 너무 탐나는 그룹”이라는 칭찬도 덧붙였다.

“일본 음악인에게 한국은 규모도 작고 큰 매력도 없는 시장으로 비칠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가수가 한국 진출을 꿈꾸는 건,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가 일본 음악에도 큰 자극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희 기자

◆오디션 참가하려면=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13일부터 4월 9일까지 음악전문 케이블TV 엠넷 홈페이지(www.mnet.com) ‘대(對) 동경소녀’ 신청란에 사진과 자기소개를 올리면 된다. “포토샵을 하지 않은, 리얼한 얼굴을 보여달라”는 것이 프로듀서 쓴쿠의 주문. 서류 심사와 오프라인 예선을 거쳐 10명의 결선 멤버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 10명의 후보는 매주 서바이벌 방식으로 노래와 춤 등의 테스트를 거쳐 일부만 최종멤버로 선발된다. 모든 심사과정에 쓴쿠가 직접 참여하며, 아직 몇명이 선발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엠넷은 이 과정을 4월 말부터 8주간 주1회 60분씩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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