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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별 맞춤식물 키우기] 식물 관찰일기를 쓰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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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맞춤 식물을 키우면 식물의 구조를 통합 학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꽃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신진호左·지호군. [사진=최명헌 기자]

“집에서 식물 키우며 자연을 공부해요.” 신진호(7·충북 만승초1)군은 아침에 눈을 뜨면 곧장 ‘꽃장’으로 달려간다. 밤사이 화분 속 고구마 새싹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다. ‘꽃장’은 엄마 김윤옥(38·충북 음성군)씨가 만든 아파트 발코니 정원을 두고 진호군이 직접 붙인 이름이다. 김씨는 “새싹이 자라 열매를 맺으면 진호가 마치 상이라도 탄 것처럼 기뻐한다”며 “꽃이 피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식물도감을 찾아 사진과 실제 꽃을 비교하는 등 학습효과도 만점”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식물을 키울 때의 교육적 효과를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교과서 이해 빨라지고, 호기심도 커

집에서 식물을 키우면 초등학교 전 학년에 걸쳐 배우는 ‘식물의 구조’를 통합 학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손에 잡히는 과학교과서-식물』 저자 권오길(강원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현재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식물의 구조를 잎과 줄기(3학년)·뿌리(4학년)·꽃(5학년) 등 학년별로 나눠 가르친다”며 “오랜 기간 분산해 배우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머릿속에 식물에 대한 전체 체계를 잡기에 힘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정에서 식물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게 하면 이러한 교과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영동 이수초 김효정 교사는 “집에서 식물을 직접 키워본 아이는 식물의 전체 구조에 대한 감을 잡고 있다”며 “줄기·뿌리 등 세부 구조의 특징을 더 빨리 이해하고, 심화이론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 질문하는 수준이 깊다”고 말했다.

3학년 호박·양파, 4학년 당근·고구마, 5학년 튤립·나팔꽃

식물을 고를 때는 자녀의 학년에 맞춰 줄기·뿌리 등이 특화된 식물을 선택하면 효과적이다. 세부 구조의 특징을 쉽게 관찰하면서 전체 성장 과정을 살필 수 있기 때문. 또한 쌍떡잎 식물과 외떡잎 식물을 함께 키우면 초등학교 교과에서 배우는 식물의 특징을 거의 다 관찰할 수 있어 무척 유용하다.

3학년은 잎과 줄기의 특징이 뚜렷한 식물을 선택한다. 호박과 양파는 잎맥이 뚜렷하고, 쌍떡잎 식물과 외떡잎 식물의 차이를 잘 나타내 함께 키우며 비교하기에 좋다. 4학년은 뿌리의 저장작용을 배울 수 있는 당근·고구마, 원뿌리와 수염뿌리의 차이를 볼 수 있는 백일홍·수선화를 함께 키운다. 김 교사는 “히아신스 등 알뿌리 식물도 투명한 유리컵에 물만 부어 키울 수 있어 뿌리를 관찰하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5학년은 꽃의 구조를 공부한다. 튤립은 꽃받침이 없어 안갖춘꽃의 특징을 관찰하기에 좋다. 채송화는 꽃잎·꽃받침·암술과 수술을 모두 갖고 있는 갖춘꽃이다. 이 밖에 꽃잎 전체가 붙어 있는 나팔꽃·도라지, 꽃잎 밑동이 갈라진 봉숭아·제비꽃도 통꽃과 갈래꽃의 차이를 관찰하기에 좋다.

고양 용현초 김범준 교사는 “초등 1, 2학년은 무순·콩나물 등 성장 과정이 짧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키우라”고 권했다. 김 교사는 “저학년 교과서의 학습목표는 ‘주위 사물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직접 길러 먹게 되면 식물의 소중함과 함께 ‘식물이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식물 관찰 일기’, 부모와 함께 대화하며 흥미 높여

집에서 식물을 키울 때는 물 주기 등 자녀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여하는 게 좋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알려주는 교과서 속 식물 101가지』 저자 황미라(의정부 중앙초) 교사는 “식물은 다른 생물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더디고 변화가 느려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쉽다”며 “부모가 때마다 ‘물은 줬니?’ ‘싹이 어느 정도 자랐을까?’ 식으로 아이들에게 식물의 존재를 자꾸 생각나게 하라”고 말했다. 식물 관찰 일기를 쓰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림과 글을 함께 쓸 수 있는 큰 노트를 준비해 집에 있는 식물이 작은 변화를 보일 때마다 기록하게 한다. 관찰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황 교사는 “싹이 트면 떡잎의 모양을 그리고, 꽃이 피면 수술·암술의 모양을 그리거나 꽃잎의 장수를 기록하는 식으로 자세하게 작성하도록 지도하라”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자신감도 생기고, 끈기 있게 관찰하는 힘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황 교사는 “부모가 관찰 일기에 사진을 찍어 붙여주는 식으로 도와주면 아이의 의욕은 더욱 커진다”고 덧붙였다.

학습에 필요한 지식은 가르치기보다 발문(유도 질문)으로 아이가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한다. “이 식물은 어떤 점이 독특한 것 같니?”처럼 아이가 스스로 관찰해 느낀 점을 말해 보게 한다. 이어 “엄마는 줄기에 잎이 붙어 있는 모양이 신기하네. 이 식물과 저 식물의 줄기가 다른 것 같아” 식으로 아이가 미처 깨닫지 못한 특징을 발견하도록 살짝 일러 준다. 아이가 더 자세한 사항을 궁금해할 때는 함께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을 보며 궁금한 점을 해소한다.

김범준 교사는 아이에게 책임감을 가르칠 것을 강조했다. 김 교사는 “살아 있는 생명을 키울 때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며 “처음 반짝 관심을 보이다 곧 흥미를 잃고 식물을 방치하거나 죽이는 경험은 아이에게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가 함께 분갈이를 해주고, 제때 물 주는 시간을 잊지 말도록 지도해 아이가 책임감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이지은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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