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SK텔레콤·데이콤 해외 자금차입 좌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기아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한국 기업및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 (信認度)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업계 간판급 기업들의 해외자금 차입계획이 잇따라 취소되는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금융계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은 미국 증권시장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주식예탁증서 (DR) 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5일 현지에서 설명회 (로드쇼) 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예상 발행주가가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행사를 연기했다.

SK텔레콤은 지난주 미국에서 1억5천만달러 규모의 DR발행 로드쇼를 열었으나 현지투자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로드쇼 자체를 중지했다.

데이콤도 지난주 2억달러 규모의 해외전환사채 발행계획을 연기했다.

이 회사 금융담당자는 "현지투자자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내 도저히 가격협상을 할 수 없었다" 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 3사는 또한 다음달초로 예정했던 홍콩 등지에서의 투자설명회를 모두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대 이광철 (李光哲.경영학) 교수는 "한국통신의 경우 지난해 해외주식 발행을 했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 면서 "국내경제가 소폭이나마 회복기미를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 (S&P) 사는 지난 24일자로 발행한 주간 정기간행물 '크레디트 위크' 에서 최근 대외개방에다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빚이 많은 한국기업들의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이에 따라 한보.진로.기아그룹에 이어 난관에 봉착한 다른 기업들의 도산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호.박장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