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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부산영화제]대만 뉴웨이브 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80년대 대만영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후샤오시엔 (候孝賢).에드워드 양 (梁德昌) 등 뉴웨이브 감독의 뒤를 잇고 있는 대만 포스트 뉴웨이브세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중국.홍콩.대만 등 중국의 영화가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만영화는 형식과 주제에서 기존의 관습을 깨는 새로운 흐름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후샤오시엔의 '비정성시' , 포스트 뉴웨이브세대인 차이밍량 (蔡明亮) 의 94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애정만세' 와 일찌감치 국제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리안 (李安) 감독의 작품들이 극장에서 개봉됐을 뿐이다.

상업적인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 대만 뉴웨이브영화들은 앞으로도 국내극장에서는 만나보기 힘들 것이므로 관심있는 관객이라면 부산영화제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산에서 상영되는 대만영화는 모두 4편. 차이밍량의 '하류' 와 코이쳉 (柯一正) 의 '푸른 달' , 왕샤오디 (王小梯) 의 '나의 신경병' 이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 상영되며 아더 추의 '가면초인' 이 새로운 물결 부문에 출품됐다.

이중 코이쳉은 대만 뉴웨이브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옴니버스영화 '우리 시대에' (In Our Time) 를 후샤오시엔.에드워드 양과 함께 연출했던 감독이고, 차이밍량.왕샤오디.아더 추는 모두 90년대에 데뷔한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차이밍량의 '하류' .현대 대만사회에서의 가족간의 소통 부재와 소외의 문제를 탐구한 작품으로 92년 데뷔작 '네온신의 반란' , 94년 '애정만세' 에 이은 3부작의 완결편 격이다.

식당 엘리베이터 안내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와 포르노 비디오를 파는 그녀의 애인,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먹지 않으면 집근처 게이 목욕탕에서 소일하는 아버지를 둔 샤오캉은 불만은 있지만 그럭저럭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의 삶은 아름다운 여배우를 만나면서 극적으로 바뀐다.

촬영장에 따라가 강에 떠있는 시체역을 하게 된 그는 더러운 강물 탓인지 자신의 비참한 생활에 대한 심리적인 요인 탓인지 목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느끼게 된다.

차이밍량은 영화음악도, 카메라 움직임도 없이 처절한 비애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었다.

코이쳉의 '푸른 달' 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을 순서를 뒤바꾸어도 이해할 수 있는 특이한 구도의 영화로 풀어내고 있으며 여감독 왕 샤오디의 '나의 신경병' 은 대만의 상류층부터 하류층까지 여러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관계를 통해 도시인의 삶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올해 26세인 아더 추는 에드워드 양.차이밍량의 조감독을 지냈으며 이번에 상영하는 '가면초인' 이 데뷔작품. 애인과 자살을 기도했다 살아남은 남자가 살인죄로 붙잡힐까 두려워 수면제를 사러 밖으로 나가는 행동 속에서 사랑과 죽음에 관한 많은 의문들이 이야기로 엮어진다.

대만영화는 아니지만 프랑스감독 올리비아 아사야스의 '후 샤오시엔의 초상' 은 후샤오시엔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만영화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느낄 수 있는 장편다큐멘터리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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