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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삶의 질'선진화위해 가족정책 관심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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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동안 수회에 걸쳐 방송보도된 대선 주자들과 패널리스트들의 대담내용을 들으면서 시민으로서,가정학자로서 심히 유감을 금할 길이 없다.

이미 정부가 '삶의 질 선진화.세계화' 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주자들중 어느 누구도 앞으로 닥칠 21세기의 정보화사회를 대비해 선진조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 진정한 의미의 삶의 질 선진화나 세계화를 위한 정책의 제시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삶의 질 선진화' 란 물질적.경제적 향상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주변환경의 심리적.사회적.도덕적 향상을 꾀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이러한 심리적.사회적.도덕적 발달의 기본적 터전이 가정이다.

가정단위의 생활향상은 사회의 삶의 질 선진화와 직결되는 것이다.

'삶의 질 세계화' 란 민족고유의 생활문화를 계승.발전시킴으로써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가정은 핵심적 초석의 역할을 담당한다.

결국 삶의 질 선진화.세계화를 위한 정책은 곧 가족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겪어 온 수많은 격동과 혼란 속에서 가족은 경제발전을 위한 인적 자원과 사회안정의 기본단위가 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가족문제의 해결책임을 개별 가족에 떠맡기려는 최근의 인식경향은 시급히 시정돼야 할 것이다.

가정.사회.국가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현대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회문제는 가정문제에 영향을 주고, 또 거의 모든 가정문제는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이런 시점에서 대선 주자들은 정치.경제.사회.교육.여성.고용.통일 등 개별적 문제들에 대해선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종합적.거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족의 사회통합.부양기능이 중시돼야 한다는 기초적인 철학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9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개발 정상회의' 에서 한국대표단이 이른바 "가족중심형의 한국형 복지모형 정립" 을 선언해 다른 참가국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그 후속조치로 뚜렷한 가족정책의 변화나 친가족적 사회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 각국에서는 가족을 사회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통합적 제도로 인식해 국가가 가족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하여 국가위원회를 두고 다양한 국가정책과 사회문제에 대해 '가족 영향 분석' 을 실시, 경제.사회.문화정책이 가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봅 도울을 제치고 연임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제시한 가족정책이 국민들의 정서에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일상적 생활단위인 가족의 안녕과 복지를 국정 (國政) 의 핵심목표로 설정해 가족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기대해 본다.

가족정책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국가정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유영주 경희대 교수,아동주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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